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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자동차, 음질(音質)도 경쟁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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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알고 있는 '소리'는 기본적으로 청각 작용을 일으킬 때 듣게 된다. 공기의 파동이 귀에 자극되면 그것이 소리로 전달된다. 그런데 듣는 사람에 따라 소음이 되기도 하지만 감미로운 음악(?)이 되기도 한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가 '노이즈(noise)'와 '사운드(sound)'다. 그래서 소리와 소음은 만족과 불만족의 간극이 매우 넓은 항목이기도 하다.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소리에 민감한 기계다. 그런데 소리 중에서 유독 소음이 문제다. 소음이 피로를 일으키면 제품 불만족으로 연결돼 제조사도 곤혹스럽다. 실제 자동차 서비스센터에 찾아오는 소비자 가운데 소음을 문제 삼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제조사마다 소음 줄이기에 안간힘을 쓴다. 바람을 가를 때 나는 풍절음, 아스팔트 도로 위를 타이어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노면 소음, 엔진 밸브가 쉼 없이 움직일 때 나는 밸브 소음, 연료를 태우고 가스를 밀어낼 때 나오는 배기소음 등 크고 작은 소음을 없애는 데 엄청난 투자를 한다. 토요타의 경우 매년 소음을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에 4,000억원을 쏟아 붓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동차에 있어 소음은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소음을 소리(sound)라 주장하며 오히려 키우는데 집중하는 곳도 있다. 주로 스포츠카 제조사들이다. 심장 박동수를 늘리는 주파수를 찾아내 배기소음을 음악(?)으로 바꾸는 노력이다. 머플러를 통해 발현되는 소리가 운전자 귀를 자극해 흥분을 유발시키면 제품 만족도가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리의 크기(dB)만 보면 소음이지만 스포츠카 운전자는 한결같이 '사운드'라 표현하며 열광한다. 그리고 사운드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기 위해 자동차 경주장을 찾거나 스포츠카를 구입한다고 털어 놓는다.






 사운드에 집중하던 스포츠카 제조사들의 요즘 고민은 '사운드의 차별화'다. 같은 음량이라도 음질의 차이가 마케팅 대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마세라티가 '배기 사운드'를 휴대전화 벨소리로 듣게 만든 일이 대표적이다. 마세라티가 보유한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정체성을 배기음으로 표현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마세라티 외에 포르쉐와 벤틀리 등도 배기 음질에 집착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이들 고성능 또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을 구입해야만 배기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배기음에 푹 빠진 경우 자신이 보유한 차에 배기음만 키우는 튜닝 머플러를 장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은 차이가 있다. 포르쉐나 마세라티, 페라리 등의 배기음은 손가락을 치켜들며 감탄하는 반면 누군가 대중적인 차에 머플러만 바꿔 배기음을 뿜어내면 소음으로 간주해 인상을 찌푸리기도 한다. 같은 크기의 소리라도 자동차 브랜드에 따라 받아들이는 인식이 다르다는 얘기다.

 그렇게 보면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브랜드를 소비한다는 설명이 맞다. 5시리즈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BMW'의 5시리즈를 선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브랜드가 주는 신뢰도가 제품 구매로 연결되는 셈이다. 브랜드가 탄탄하면 엔진 성능이 경쟁 차종 대비 낮아도 합리적이라고 말하며, 성능이 오히려 좋으면 해당 브랜드여서 그렇다고 언급한다. 그러니 브랜드에 따라 소리는 노이즈와 사운드가 될 수밖에 없다. 음량이 종이 한 장 차이라도 말이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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