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가 승용 내수 점유율 15%를 돌파하면서 본격적인 대중화 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실제 주변을 둘러봐도 수입차 보유자는 쉽게 찾을 수 있고, 연령층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른바 아무나(?) 탈 수 있고, 누구나 살 수 있는 수준이 됐다.
하지만 수입차 중에서도 고급과 대중 브랜드의 서열 구분은 암묵적으로 형성돼 있다. 그렇다면 고급과 대중 브랜드를 나누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우선은 제품 본연이다. 질감 높은 천연 소재를 사용하거나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것. 대중 브랜드 대부분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과 달리 고급 브랜드는 말 그대로 '고급화'에 치중한다. 다음은 브랜드다. 제 아무리 첨단 기술과 양질의 소재를 사용해도 브랜드 파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고급차로서 지위를 인정받기 어렵다.
그러나 고급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브랜드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차를 구입하고 소유한 사람들이 스스로 '사회의 리더, 의식 있는 사람, 가치 있는 일에 기꺼이 돈을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흔히 말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마케팅이다.
국내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 마케팅에 앞선 곳은 BMW다. BMW미래재단을 만들어 친환경 및 글로벌 리더 육성, 나눔문화 확산 등에 주력한다. 또한 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재단에 기부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놨다. 즉 BMW를 구매하면 자동적으로 남을 돕는 일이 된다. 물론 기부를 원치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를 마다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부는 '가치 있는 일에 돈을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이 주는 자부심은 실로 대단했다. 실제 한 BMW 보유자는 차를 탈 때마다 자신의 가치 있는 행동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이런 생각들은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졌고, 다시 판매로 직결된다. 이른바 선순환이다.
그러자 최근 벤츠 역시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마케팅을 시작했다. 지난 6월 국내 다임러 계열사 및 11개 판매사가 사회공헌위원회를 구성한 것.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의 약속'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다소 늦은감도 있지만 기업의 사회공헌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본다면 역시 가치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고급 브랜드라고 모두가 동일한 가치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 아우디의 경우 사회공헌보다는 문화·예술 이벤트에 집중한다. 특히 올해는 '브루노 마스 콘서트', '라운지 by 블루노트' 등을 열었다. 고급차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되긴 하겠지만 소비자 자부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해외 유명 아티스트와 기업의 사회적 책무와는 큰 관련이 없어서다.
비단 아우디뿐 아니다. 국내 활동 중인 수많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나눔 부족 경향은 적지 않다. '나눔'이 자부심을 만들어 내고, 다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에만 집중한다. 단기간 실적은 높이겠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각에 '존경심'은 생기기 않는다.
수많은 회사가 '가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는 무궁무진하다. 단순히 비싼 차를 만들거나 브랜드 역사가 오래됐다는 것만으로 '가치'를 높일 수 없다는 뜻이다. 진짜 가치를 높이려면 소비자가 느낄 자부심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고급 브랜드로 평가받을 수 있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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