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 기자] 패션과 예술의 상호차용은 더 이상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패션이 예술을 사유하고 영감을 얻어내는 사실은 내로라하는 패션하우스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대중이 예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된 셈이다.
꽤 오랜 시간 패션과 예술은 길을 함께해왔다. 패션이 예술의 근본적인 성질을 그대로 띄고 있다는 점은 둘의 매끄러운 접합을 도왔다. 1930년대 살바도르 달리의 개념이 엘사 스키아파렐리의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도 이와 뜻을 같이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예술과의 접점을 찾던 당대 디자이너들의 산물은 오뜨쿠틔르와 아트-투-웨어의 형식으로 대중에게 선보여졌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마니팟뚜라 디 씨냐는 100년 전통의 아트프린트 브랜드로써 세계의 다양한 명화들을 캔버스로 옮겨 담는다. 그들의 집약된 노하우를 통해 만들어진 제품들을 만나보자.
패션과 예술의 공존
역사적으로 패션이 예술의 힘을 빌린 것은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1930년대 초현실주의가 당시 의복에 끼친 영향은 실로 대단했다. 당시 획기적인 디자이너로 불린 스키아파렐리의 작품도 살바도르 달리의 회화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이는 1930년대 전체 경향과 일치했고 예술이 뚜렷한 형태 없이 전가된 케이스다.
1940년대 진취적인 의복 판매업체는 예술가와 공동 작업을 통해 순수 예술에서 영향을 받아 전시에 애국심을 호소하는 텍스타일을 생산한 기록이 있다. 유명 예술가의 독창적인 미적 감각을 텍스타일에 프린트를 의뢰한 것. 이는 무형적 가치를 유형적 가치로 치환해 실용적 목적을 강화했다.
좀 더 직접적으로는 1895년 이탈리아 피렌체 근교에서 태동한 마니팟뚜라 디 씨냐는 캔버스에 명화를 옮겨 담는 작업을 최초로 실시했다. 그들은 현재까지도 캔버스 아트프린트의 정석으로써 그 명성을 얻고 있다.
10,000 평방미터의 대형 제조공장에서 캔버스를 직접 직조하고 그들만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담아 인쇄 작업을 실시한다. 인쇄 후에는 컬러 유지를 위한 후처리를 하고 모든 프로세스는 재점검이 이루어진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캔버스를 이용해 다양한 패션아이템에 적용하기에 이른다.
저작권에 관련해서도 유럽에서는 작가 사후 70년이 경과된 제품에는 본디 저작권이 사라지지만 소장자 혹은 소장처에 사용료를 지불하게 되는데 있어 마니팟뚜라 디 씨냐의 모든 프린트는 피렌체 우피치(UFFICI) 미술관 및 유럽 내 저작권 소장처에 매번 사용료를 지불 후 생산되고 있다. 여러 업체에서 명화프린팅 액자를 생산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에 대한 원조인 마니팟뚜라 디 씨냐만이 명화 프린팅에 대한 오리지널리티를 살려냈다는 점을 살필 수 있다.
직접적인 예술
시간을 거슬러 올라와 현세대에는 아트와 패션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서로의 유대를 가지기 시작했다. 사회가 복잡해지기 시작하면서 아트와 패션은 그 결속력을 더 단단히 굳혀나갔다. 그 산물이 바로 현세 패션하우스들의 행보와 일치한다.
2013년 F/W 디올 컬렉션은 앤디 워홀 시각예술재단과의 협업을 통해 그의 대표작들을 의상과 액세서리에 프린트하기 시작했다. 현대적 감성의 대표주자인 스텔라 매카트니도 21세기 피카소로 불리는 제프 쿤스의 키치한 작품을 드레스에 그대로 프린트해 넣었다.
이로써 비교적으로 대중과 가까운 패션 아이템은 예술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는데 성공적인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다. 미술관보다 패션 아이템의 심리적 거리가 가깝게 느껴지는 대중들의 소비심리가 결국 예술 작품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세계적 명화의 패션화
명화의 심미적 가치를 따지면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패션계도 이의 가치를 알아보고 끊임없는 접촉을 시도한 결과 수많은 재해석이 이뤄졌던 결과물도 찾아볼 수 있다. 당대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현시대의 패션 아이템에 접목되어 새로운 창작물로 거듭나는 것.
캔버스 아트프린트의 정석으로 알려진 마니팟뚜라 디 씨냐는 우수한 프린팅 기술과 노하우를 각종 소품에 이어 핸드백콜렉션에 적용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적 명화를 패션 아이템에 효과적이고 견고하게 적용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1900년대 초기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작인 ‘키스’를 포함해 보티첼리, 윌리엄 부게로, 라파엘로 등 세계를 흔들어놓았던 예술 거장들의 작품을 패션 아이템에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100% 재현한 명화가 접목된 패션 아이템은 소유만으로 예술을 사유하는 좋은 방법이다.
고전미술뿐만 아니라 현대미술, 인상파 미술 등 다양한 명화들을 상세하게 접근하여 고품질 인쇄 기술로 작품을 재현해 냈다. 이는 캔버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가죽 제품도 포함하여 여행 가방, 핸드백, 지갑, 클러치 등에 접목시켰다. 가구와 소품을 비롯해 패션 분야에서도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마니팟뚜라 디 씨냐는 유럽과 미주지역, 아시아 일본까지 세계 각국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이태리무역회사 TOTUM(대표 박종성)과 한국 LA TERRA(대표 이은주)의 연계하에 이뤄지며 세계 각지 편집숍, 특이하게도 카페, 레스토랑에서도 판매가 된다. 믹스 앤 매치가 스타일을 넘어서면서 아트와 패션, 그리고 푸드를 아우르게 된 것이다. 현재 TOTUM은 한국 내 메인 백화점과 주요 면세점(기내 면세점 포함)을 통해 유통을 하며 활발히 아시아 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있다.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이를 사유할 수 있는 건 직간접적인 본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예술의 패션화는 그런 의미에서 물질적 사유를 가능케 하는 메타포로 작용한다. 이 얼마나 편리한 예술 사유법인가.
(사진출처: TOTUM 페이스북, 마니팟뚜라 디 씨냐, bnt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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