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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디자이너 이상엽, "벤틀리는 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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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 외관 및 선행 디자인 총괄 이상엽 인터뷰

 장인정신으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명차 벤틀리 외관과 선행 디자인을 총괄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한국인 이상엽 씨다. 한국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이후 GM, 폭스바겐 등에서 자신의 재능을 뽐내왔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무비스타' 범블비(카마로)의 디자이너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3년 1월 디자이너 이상엽 씨가 영국 프리미엄 진수로 불리는 벤틀리 외관 및 선행 디자인 수장을 맡았다고 했을 때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국인은 보통 자국 문화에 대한 자존심과 자부심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그것도 동양인 디자이너를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가 한국에 왔다. 벤틀리가 출시한 플라잉스퍼 V8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서다. 그를 출시 현장에서 만났다. 그리고 벤틀리 디자인과 철학에 대해 물었다.

 -영국은 전통을 중시하는 나라다. 그래서 영국차는 독특한 분위기와 지위를 갖고 있다. 하지만 때론 그런 것들이 고지식이라는 비판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전통을 중시하는 태도가 가장 창의적이어야 하는 디자이너의 생각을 막고 있진 않나 
 "우선 벤틀리는 전통을 고집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을 조화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는 회사다. 즉, 장인정신에 첨단기술이 접목되는 것이다. 당대 최고의 기술이 벤틀리에 집약됐다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 전통적인 작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창의적이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오늘날 자동차 디자이너를 괴롭히는 것은 각 국의 안전 규제다. 디자이너마다 나라별 안전 규제와 씨름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런 엄격한 규제가 때론 자동차의 개성을 해치기도 한다. 디자인 흐름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만들어지는 배경이다.

 벤틀리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디자이너와 기술자의 끊임없는 대화가 이뤄진다. 디자인 의도를 100% 반영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디자인 이해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인다. 쉽지 않은 부분이지만 디자인의 기본은 '설득'에 있어 우리는 서로를 기꺼이 배려한다. 그래서 벤틀리는 안전 규제를 만족하면서도 가장 멋있는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벤틀리를 보더라도 '벤틀리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이런 이유다. 바로 이것이 벤틀리의 창의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틀리 디자인은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다. 차종 간 개성에 대해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
 "디자이너는 요리사와 같다. 요리사는 각 재료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물론 먹는 사람의 취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훌륭한 요리다. 자동차 디자이너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디자인 하려는 차가 어떤 성격인 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콘티넨탈GT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이 높은 차다. 때문에 세계적인 관점을 담아내야 한다. 그래서 콘티넨탈GT는 전통적인 벤틀리보다 낮고, 넓게 만들어진다. 뮬산은 플래그십으로, 영국 프리미엄의 상징이다. 따라서 철저히 영국 스타일이 고집되며, 위풍당당한 형태로 그려진다. 콘티넨탈GT와 뮬산은 공통요소도 있지만 차이도 분명하다. 이를 가리켜 우리는 '벤틀리 밸런스'로 부르는데,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벤틀리는 영국차고, 당신은 한국인이다. 회사나 동료 디자이너들이 당신을 인정하기 쉽지 않을 텐데
 "사실 벤틀리 일원으로 첫 발을 내딛은 순간부터 도전의 연속이었다. GM에 있을 때, 그리고  폭스바겐에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나와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는 30~40명 정도인데, 그 중에는 영국인도 있다. 이들이 납득할만한 디자인을 하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디자이너는 '내가 정말 잘하는구나'라고 느낄 때가 내리막길이다. 그래서 나는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소비자 역시 납득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했다"

 -최근 벤틀리와 한국의 홍익대학교가 함께 추진한 디자인 프로젝트가 꽤나 화제였다. 모교라는 점이 작용한 것인가
 "내가 감히 스승이라고 여기는 사람 중에서 한국인은 단 한명도 없다. 단순히 학연과 지연에 휘둘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결코 내 모교라는 점을 이용해 홍익대학교와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실력과 열정이다. 그래서 홍익대와 프로젝트는 매우 즐거웠다. 열정과 끼가 가득한 젊은 디자이너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현역 자동차 디자이너 중 '이 사람은 진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
 "두 명을 뽑겠다. 우선 발터 드 실바(폭스바겐그룹 디자인 총괄), 그리고 벤틀리 디자인 센터장 루크 동커볼케다. 사실 이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공교롭게 당신이 외관 디자인을 총괄한 후부터 판매량이 급증했다. 그리고 그 성장의 기반은 바로 중국과 미국이었다. 두 시장 소비자를 위한 디자인 요소를 특별하게 고려했던 적이 있나
 "(웃음)벤틀리가 높은 성장을 기록했고, 그 중심에는 미국과 중국이 있었다. 두 시장 소비자의 연령층은 조금 다른데, 가령 미국의 경우 주요 소비자는 60대 초반 은퇴자들이다. 반면 중국은 20대 후반 신흥 부자들이 벤틀리를 좋아했다. 60대와 20대는 엄청난 시대 간극이 있다. 때문에 두 연령층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한쪽에만 기운 디자인을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벤틀리 본연의 디자인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섰고, 선택받았다. 특정 시장, 특정 소비자만을 위한 디자인은 벤틀리에서 없다"






 -자동차를 멋지게 그리고 싶은 사람에게 조언을 한다면
 "벤틀리 디자인 센터장 루크 동커볼케 일화를 들려줘야 할 것 같다. 그는 '그리는 일' 자체를 매우 즐거워하는 사람이다. 출장길에 오르면 비행기 좌석에 앉는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그리는 일에만 몰두한다. 즐기는 것이다. 그 점에 있어 디자이너와 일반인이 다르지 않다. 홍익대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루크 동커볼케는 참가 학생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직업의 출발점에 선 당신들은 행운아'라는 말을 전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본인의 일을 사랑하지 않으면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없다. 나는 내 직업을 사랑한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 벤틀리, 다운사이징 플라잉스퍼 V8 국내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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