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티구안이 파죽지세(破竹之勢)다. 올해 누적 신규 등록에서 단일 차종 1위를 달리고 있는 것. 반면 대형 SUV 투아렉은 지지부진(遲遲不進)이다. 경쟁 시장에서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티구안 2.0ℓ 블루모션테크놀로지 성적은 4,581대로 그야말로 적수가 없다. 경쟁 SUV는 물론이고, 판매량이 높은 세단보다 월등하다. 이른바 '잘 나가는' 차다. 때문에 각 판매사도 티구안 재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계약부터 출고까지 보통 3달은 기본이다. 이에 힘입어 올해 폭스바겐 성적은 지난해 대비 36.6% 신장했다. 7월 현재 3,000대 이상 신규 등록한 브랜드 중 최고의 성장률이다.
그러나 투아렉은 실적에 이렇다 할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계륵(鷄肋)'에 가깝다는 게 영업 일선과 업계 평가다. 올해 신규등록은 3.0ℓ TDI와 4.2ℓ TDI를 합쳐 243대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판매사에 따라 최대 18.5%를 할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판매는 늘지 않아 폭스바겐의 고심이 깊다.
이에 대해 업계는 폭스바겐 브랜드의 명암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작은 차는 폭스바겐의 '프리미엄'이 통하지만 큰 차는 그저 '평범한' 브랜드에 머문다는 것. 고가의 소비재일수록 브랜드 가치를 따지는 타깃 소비층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티구안의 경우 현재 3,840만원에 판매된다. 이는 경쟁 프리미엄 제품인 아우디 Q3 2.0ℓ TDI(4,890만원), BMW X1(5,360만원), 벤츠 GLK 220 CDI(5,660만원)와 비교해 경쟁력 높은 가격이다. 더욱이 티구안의 주요 소비층은 30대로, 이들 연령층에서 폭스바겐 이미지는 벤츠나 BMW 못지않다. 가격 또한 30대가 느끼기에 큰 부담이 없다. 혼다 CR-V(3,790만원)나 포드 이스케이프 2.0ℓ 에코부스트(3,680만원) 등 경쟁 제품이 디젤을 확보하지 못해 티구안의 인기를 가속시켰다.
투아렉은 7,700만~1억870만원에 판매 중이다. 이 가격대 경쟁 차종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3.0ℓ TDV6(8,210만원), 아우디 Q7 3.0ℓ TDI(8,300만원), 포르쉐 카이엔 디젤(8,620만원), 벤츠 ML 350 블루텍 4매틱(9,330만원), BMW X5 3.0d(9,420만원), X6 3.0d(9,710만원) 등이다. 실제 이들의 올해 판매량은 디스커버리 693대, Q7 322대, 카이엔 디젤 490대, ML 350 652대, X5 638대, X6 608대로 나타나 모두 투아렉의 성적을 앞섰다.
하지만 수입차 시장에서 폭스바겐과 가치가 비슷하거나 하위로 여겨지는 포드, 크라이슬러 등은 투아렉 대비 가격 경쟁력이 강점이다. 포드 익스플로러의 경우 3.5ℓ 기준으로 5,370만원, 크라이슬러 그랜드체로키 3.0ℓ 디젤은 6,890만원인 것. 때문에 판매에 있어서도 이들은 각각 1,528대, 741대를 기록, 브랜드 실적을 이끌고 있다.
이와 관련 수입차 관계자는 "폭스바겐은 '언젠가 타보고 싶은 수입차'라는 동경이 있지만 구매력이 높은 40대 이상에선 벤츠나 BMW보다 아래라는 인식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 투아렉이 가격이 비슷한 프리미엄 SUV와 경쟁하기란 솔직히 어려운 일"이라며 "반면 실질적인 경쟁이 이뤄져야 하는 미국이나 일본 SUV 등은 가격이 투아렉에 비해 월등히 저렴하기 때문에 투아렉은 대중성과 고급성 중 어디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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