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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people+] 디자이너 그리고 정두영②, “패션은 벽을 두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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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희 기자/ 사진 김강유 기자] 어떤 이들에게는 정두영 디자이너가 스타 디자이너, 남성복 디자이너로 기억되기도 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그가 자신을 지도했던 ‘선생님’으로 남을 수도 있다.

방송부터 강의까지.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16년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을 위해 현재 패션계의 동향과 관련한 진심 어린 조언과 동시에 자신의 취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늘어놓으며 “패션에는 벽을 두면 안 되요”라고 충고했다.

또한 이미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 궤도’에 올라있음에도 불구하고 “‘K-패션’이 뻗어나가는 그 날까지 달려보고 싶다”고 전하며 패션에 대한 열정과 욕심을 드러내기도.

# 디자이너 정두영


학생들을 위해 진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정두영 디자이너의 패션관은 일관적이지만 개방적이었다. 테일러링 수트 스타일링을 고집하면서도 크롬하츠의 자유분방함을 추구했고, 크루치아니의 정교함을 추구했다.

Q 선생님의 스타일이 브랜드와 닮아 있다.

브랜드의 영향도 약간 있다. 제가 이 스타일을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는 브랜드의 디자이너로서 홍보하기 위해서…(하하) 평상시에는 조금 더 편안하게 입고 다닌다. 지금도 청바지를 입고 있다.

Q 주얼리는 크롬하츠, 팬츠는 데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이 만나 오히려 신선한 느낌을 전해준다. 개인적인 스타일링 팁이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크롬하츠를 좋아한다.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실버가 주는 느낌들이 좋다. 손이 갈수록 수더분하고, 웰 메이드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 것이 좋다. 사람의 손을 많이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주로 애용한다.

Q 쇼핑은 어떻게 하는지.

개인적으로 쇼핑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해외 시장조사 및 마켓 리서치를 하고는 있다. 저희 제품을 사 입기도 한다. 홍보를 위해 입어야 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 전문가적인 기술이 필요한 부분.

Q 개인적인 취향이 브랜드에 녹아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당연하다. 전 컬렉션도 조르지오 데 키리코라는 추상 화풍을 추구했던 작가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팁을 드리자면 내년 컬렉션의 영감을 받은 사람도 이탈리안 화가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그 분의 작품 톤을 맞춰 구성을 했다.

기성복에서도 이탈리안 감성을 담았다. 자유분방한 모습부터 스타디움 점퍼 같은 경우도 가죽 소재와 매치해서 표현했다. 요즘은 심플한 맥 트렌치 코트가 유행을 하고 있다. 맥 코트와 스니커즈의 조화가 이번 시즌의 트렌드 키워드인 것 같다. 이러한 스타일도 이탈리안 감성을 재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요즘은 툭 걸쳤지만 멋스러운 패션이 유행하고 있다.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철저하고, 치밀하게 계산된 스타일.

# 흐름 그리고 디자이너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위한 많은 요소들 중 하나에는 흐름, 즉 트렌드가 자리잡고 있다. 트렌드를 소홀히 하는 자는 큰 무대에서 빛을 발하기 어렵고, 자신만의 색을 잃는 자들 역시 마찬가지. 이는 언제나 일정량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Q 요즈음에는 디자이너들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 예년에는 매체에 대해 소극적인 분위기였다면 요즈음에는 적극적인 분위기로 변했다. 그 가운데에는 정두영 디자이너가 있다. 스타일링 클래스, 탑디자이너, 패션왕 등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다. 심지어 SBS ‘패션왕 코리아’에서는 우승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방송과 디자인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브랜드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의 감성이 패션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디자인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는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 조금 있으면 ‘패션와 코리아 시즌 2’가 방송된다고 한다. 지난 ‘패션왕 코리아 시즌1’에서 방송인 김나영씨와 파트너를 해서 우승했었다. 김나영씨는 패셔니스타로 유명하다. 확실히 옷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 둘이 만나니 뭔가 이루어지더라.

방송 전에는 서바이벌 방식인데 초반에 탈락하면 어쩌나 했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자심감이 생겨났다. 회마다 미션에 맞춘 다양한 장르의 옷을 많이 만들면서 나에게 많은 공부가 되었다.

Q 김나영 씨와의 친분은 계속 유지가 되나. 김나영 씨의 실제 성격이 궁금하다.

가끔 연락한다. 실제 성격은 패션에 있어서는 정말 섬세한 면모를 보인다. 정말 놀랐다. 물론 방송에서 보여지는 와일드한 모습도 갖고 있지만(웃음). 이게 우승의 비법이었던 것 같다. 또한 취향이 남자 옷을 좋아하시더라. 데님이나 이런 것들도 남자 옷을 입는다고 한다. 이런 매니쉬한 느낌들이 더욱 조화로웠던 것은 아닌가 싶다.

Q 우승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파트너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 파트너를 잘 만났던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운도 따랐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패자부활전에서도 올라갈 수 있었고, 평가단의 몫도 컸다.

Q ‘패션왕 코리아2’를 하시고 계신 분들에게 팁을 주신다면.

떨어진 팀들의 가장 큰 약점은 내부적인 갈등이 있을 때 커뮤니케이션으로 풀어내는 것이 부족하면 서로가 힘든 것 같다. 서로의 많은 대화와 배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나영 씨와는 모든 팀 중 가장 잘 맞았던 것 같다. 트러블도 물론 적었고. 파트너간의 인간적인 유대와 믿음이 중요하다.


Q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방향의 질문을 드리고 싶다. 수원대학교 패션 디자인과 교수를 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디자이너 꿈나무를 가르칠 때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은 언제나 나에게 초심을 잃지 않게 해주는 존재다. 나도 학생 때에는 패션에 대한 열정은 많았지만 미숙하고 부족했던 것 같다. 물론 현재도 많이 미숙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열정이 많지만 아직도 부족한 나.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꼈던 것이다.

대학교 때의 전공은 의상이 아닌 섬유 공학이었다. 94년도, 대학교 3학년 때 갔던 뉴욕의 패션에서 어린나이에 충격을 받고 집에서의 반대를 무릅쓰고 패션을 시작했다. 디자인 공부를 너무 하고 싶어서 시작한 케이스다. 부족했지만 열심히 했다. 그런 학생들이 많아서 너무 좋았다.

Q 존경하는 선배가 있다면.

대학교 졸업 후 에스 모드에서 본격적으로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다. 정옥준 선배님이 2기고 내가8기다. 정옥준 선배님을 존경한다. 기수의 차이는 있지만 선배님을 보며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살고 있다.

Q 현재 디자이너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사실상 취업을 해도 굉장히 열악한 상황에서 일을 하게 된다. 이에 관련한 견해를 듣고 싶다.

확장된 개념으로 말씀을 드리고 싶다. 현재 유럽이나 미국의 명품 패션 브랜드들, 즉 LVMH나 PPR이나 등등의 그룹들은 오래 전부터 디자이너를 발굴해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키워 브랜드를 알리는 작업들을 많이 했다. 루이비통에 마크 제이콥스를 영입해 큰 성공을 거둔 것과 같은.

우리나라도 그런 부분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제일 모직, 코오롱, 신원 등 많은 대기업들이 크리에이티브한 요소를 넣기 위한 전략적인 요소를 찾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요소가 브랜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서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낳기 때문.

예전에는 기업에 입사를 한다고 하면 디자이너라는 이름 아래의 회사원이었다. 그리고 디자이너를 하려면 디자이너 아래에서 일하다가 독립을 해야 한다는 공식이 룰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개념이 바뀌었다. 코오롱 헤드에 최범석 디자이너가 있었고, 에스티듀퐁에 김석원 디자이너가 계신 것처럼.

이 부분이 결국은 패션 기업의 확장이나 재생산에 도움이 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당연한 추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디자이너로서 잘 되어 뭔가를 이루고 싶어하는 자들이 이제는 패션 기업에 입사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그렇게 될 것이다. 이 전 세대의 디자이너들이 브랜드의 소속이었다면 지금은 다르다.

신원 같은 경우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도를 도입하면서 내외적으로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를 얻고 있다. 기업의 궁극적 목적은 실적인데 이것들을 같이 창출해나가고 있다. 이제 기업도 찍어내는 옷이 아닌 창조적인 옷들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옥준 선생님은 준지를 홀더하고 있다. 신성통상의 지오지아 같은 경우도 누구랑 했었고, 코오롱도 자뎅드슈에뜨를 인수했다. 협업과 인수, 디자이너를 키우는 경우 등 여러 형태들이 공존하고 있다. 시각을 키워야 한다.

Q 이들이 힘든 일에 직면했을 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NEVER GIVE UP(절대 포기하지 말아라).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험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기하면 안 된다고 전하고 싶다. 포기한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까.


Q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방향에 대해 알고 싶다.

우선 반하트 디 알바자와 지이크 파렌하이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더 많은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2015 봄/여름 서울패션위크를 준비하고 있으며 JTBC에서 10월 방송 예정인 ‘탑디자이너 2014’도 촬영 중이다. 그리고 11월 개봉 예정인 영화 ‘패션왕’에도 의상 협찬 및 심사위원으로서 촬영이 모두 끝났다.

조금 더 크게 보자면 ‘K-패션’이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그 날까지 달려보고 싶다.
(사진출처: 신원, SBS 예능 ‘패션왕 코리아 시즌1’ 방송 캡처, bnt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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