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기자] 비행기 추락을 앞둔 공포의 한 시간,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 할 것 인가.
6월6일 금요일을 시작으로 연극 ‘블랙박스’가 대학로 스튜디오 76에 올라왔다. 김경주 작가의 글로 배우 이창직, 최광덕, 권택기, 곽현석, 오선아, 곽정화 등이 함께한 이번 작품은 직접 추락을 경험하지 않는 기내의 상황이 어떨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기획됐다.
비행기의 이륙과 동시, 조종실에서는 구름 속 하나의 불빛을 발견한다. 비행기는 관제탑에서 보내는 신호라 생각해 불빛을 따라가지만 비행기는 이내 구름 속에서 정처 없이 길을 헤맨다. 지상의 시간으로는 이틀에 해당하는 구름 속 한 시간, 추락을 앞둔 비행기 속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남자는 그들이 느끼는 불안을 대화와 행동으로 이야기한다.
연극 ‘블랙박스’는 부조리 극으로서의 특징을 뚜렷이 나타낸다. 기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추락을 기다리는 두 배우는 상황에 대한 분석이 아닌 계속되는 은유적인 표현이나 침묵으로 무의미한 반복을 이어간다. ‘초현실적’ 인물인 스튜어디스의 역할 또한 마찬가지다. 그녀는 상당부분 많은 말을 쏟아내지만 모두 뜬구름 잡기 식의 ‘멀미’를 일으키는 말뿐이다.
김경주 작가는 작품구상의 계기에 대해 “승객이 얼마 타지 않은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에서 비행한 경험이 있다. 추락하지는 않았지만 난기류를 만났단 기내 방송에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타고 있는 비행기가 10분 후 추락할 것이란 기내 방송을 듣는다면 우리는 신발부터 신고 싶어 질것이다”라고 추측하며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신발을 신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블랙박스의 부제에 대해 작가는 “추락을 겪어봐야만 진실을 알 수 있다”라 말하며 추락 직후 수거된 비행기 블랙박스에서 선명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잡음이라 불리는 ‘화이트 노이즈’를 걷어내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연극 ‘블랙박스’는 기내 안의 공포와 불안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화이트 노이즈에 집중한 3인극이라 표현하며 극 중 배우들의 침묵에 담긴 진정한 의미에 집중할 것을 권유했다. (사진제공 : 한경닷컴 bnt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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