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희 기자] “창조활동에 있어서 항상 스스로의 창조적 행동이나 대담함은 통제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대단한 훈련과 완벽성을 필요로 한다. 특히 나처럼 순수함과 완전성을 이상으로 추구하는 경우에 그것은 단순한 필요 그 이상의 것이다”
구조적 디자인 속에 안정감을 갖춘 브랜드의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 1956년 프레타 포르테의 기성복을 시중에 내놓은 오트 쿠튀르 업계의 최초의 디자이너인 그는 고급스러운 귀족적 품위의 디자이너로 전세계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흐르는 듯한 단순한 실루엣에 실크, 코튼, 크레이프와 같은 다양한 패브릭으로 아름다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그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섬세한 디자인을 제안한다.
■ “여성의 몸매를 옷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녀들의 몸매에 옷을 맞춰야 한다”
18세가 되던 해 고향을 떠나 파리로 이주한 그는 1927년 프랑스 보베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예술적으로 풍요롭게 성장했다.
순수 미술을 전공하며 유년기부터 패션디자이너로의 전공을 결정한 그는 1945년 자크 파투의 제자로 패션계에 입문한다.
이후 뤼시앵 를롱, 로베르 피게, 엘사 스키아파렐리의 쿠튀르 하우스에서 보조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익힌 로맨티시즘의 감각으로 40년동안 패션계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1951년 쿠튀르 하우스를 오픈하고 프랑스 일류 모델이었던 베티나 그라지아니를 기용하며 첫 컬렉션을 개최한 그는 화이트 면 셔츠에 블랙 화이트 브로드리 앙글레스로 장식한 비숍 슬리브가 달린 심플한 블라우스를 선보이며 ‘파리의 신동’으로 자리잡는다.
또한 1957년 향수 회사를 설립해 최초의 여성 향수를 출시하며 여성에게 아름다운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1958년에는 여자들의 무릎이 드러나는 치마 길이의 디자인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는다.
그 때 당시의 혁신적인 디자인과 더불어 소재와 무늬가 서로 다른 상하의의 믹스매치를 허용하며 도시적 세련미를 표현한 지방시는 파리 패션계로부터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하고 곧 세계 명품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 위베르 드 지방시의 두 뮤즈
프랑스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은 이후 지방시는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을 두 명의 인물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바로 발렌시아가와 오드리 헵번이다.
날카로운 우아함의 상징이 된 지방시의 명성은 그가 존경하던 발렌시아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 일곱의 나이부터 진정으로 배우고 싶어하던 스승은 발렌시아가였지만 그가 지방시를 거절하게 되면서 자신의 숍을 오픈해야 했던 것.
그는 쿠튀리에가 된 후에도 여전히 발렌시아가를 존경했는데 마침내 1963년 쿠튀리에 대 쿠튀리에로 당당히 조우한다. 그때부터 지방시는 발렌시아가를 스승으로 모시며 고급스럽지만 단순한 클래식의 틀을 배운다.
“마드모아젤, 죄송합니다만 갑자기 바빠져서 당신의 의상을 맡기가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문제 없어요. 부티크에 있는 기존의 의상으로 충분해요. 당신의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드는걸요”
위의 대화는 위베르 드 지방시와 오드리 헵번의 대화다. 그 둘의 인연은 짧은 대화로 시작되었다. 그의 디자인된 의상을 골라가 영화 ‘사브리나’에서 지방시의 ‘맘보바지’로 특유의 세련된 패션 감각을 마음껏 과시하는 오드리 헵번을 보고 반한 지방시가 그 후부터는 케서린 헵번이 아닌 오드리 헵번을 열망하게 되었다는 일화이다.
그 후 지방시와 오드리 헵번은 서로의 사생활까지 털어놓고 의논하는 절친한 친구이자 뮤즈가 되었다.
■ 튼튼한 건축적 구조 속에 숨겨진 안정감과 품위
지방시의 디자인에는 안정감, 구조적 그리고 그 속에 가미된 귀족적 품위가 따라온다. 프랑스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로코코나 바로크적 전통보다도 르네상스의 풍취를 풍기며 장인정신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단정해 보이면서도 견고한 건축적 구조를 함축시킨다. 뼈대가 튼튼한 건축물을 연상시키면서도 부드러운 소재를 이용해 자유로운 표현을 절제시키는 것.
화려하고 복잡한 형태에서도 귀족적 우아함을 풍기는 그의 디자인은 외형을 넘어서 정신적인 가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동거리를 선사한다. 외형만 화려한 디자인이 아닌 예술적 성취를 풍기며 여성의 우아함을 보여주기 위한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것이다.
지방시의 은퇴 이후 존 갈리아노, 알렉산더 맥퀸, 줄리앙 맥도날드, 리카르도 티시 등 능력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활약으로 기존의 엘레강스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조적인 디자인으로 칭송 받고 있는 그는 현재 의류뿐만이 아닌 향수, 립스틱, 쉐도우 등의 코스메틱 분야로의 확장을 통해 토탈 패션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사진출처: 지방시 공식 홈페이지 및 인스타그램 캡처, 영화 ‘사브리나’, ‘티파니에서 아침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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