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제주에서 열린 첫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막을 내렸다. 모터쇼 기간 동안 5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 전기차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기아차, 르노삼성차, 쉐보레, 닛산, 파워프라자 등은 시승행사도 열었다. 관람객이 현실로 다가온 전기차를 몸소 체험케 하는 일에 주력했다.
소개된 전기차들은 최대 91~138㎞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모터쇼가 열린 제주도 순환 도로가 180㎞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적어도 제주도는 전기차 운행지로 제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전기차 충전 시설이 118개소, 200기(급속 22기, 완속 178기)에 이르니 다른 어떤 지역보다 전기차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때문에 제주도 역시 전기차 산업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전기차 구입이 가장 활발한 지역 또한 제주도다. 전기차 한 대당 800여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환경부와 제주도 지원금을 더하면 2,300여만 원에 이른다. 소비자가 전기차 가격을 고민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제주도를 제외하면 전기차 보급은 여전히 추상적이다. '제주도=친환경', '친환경=전기차'라는 접근법도 좋지만 전기차가 가장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의 인프라 확충과 정책 개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이번 엑스포는 전기차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청사진이 준비된 것이 아니라 마치 제주도만을 위해 준비된 모터쇼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전기차는 제한된 주행 거리와 충전 인프라로 현재까지 '도심형 근거리 이동수단(시티코뮤터)'의 역할이 제안되는 중이다. 전기차 대다수가 소형차인 점, 카셰어링 분야에서 각광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는 수도와 위성도시를 잇는, 혹은 가까운 도시를 잇는 이동 수단 역할도 연구되고 있다. 따라서 제주도 같이 사면이 바다로 막혀 확장이 불가능한 지역에서의 산업 집중은 오히려 산업 발전을 저해할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엑스포에선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어떻게 전기차가 운행될 것인가도 다뤄졌어야 했다.
전기차가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났다. 하지만 해외에 비해 시장 형성이 늦고, 판매량도 정부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기차 엑스포를 보며 미래가 어둡지 않다는 점은 확인했다. 제품력이 뛰어난 전기차도 속속 소개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그만큼 2014년은 전기차 원년의 해로 기억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계획과 성장이다. 한정된 지역이 아닌, 시장 확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의 전기차는 제아무리 제품력이 뛰어나도 글로벌에서 주목받기 어렵다.
제주=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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