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선 기자] 한창 ‘리얼 야생 버라이어티’가 유행하던 그 때, 2~3%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며 긴 침체기에 시달리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진짜 사나이’라는 새 코너를 출범했다.
‘진짜 사나이’는 연예인들이 실제로 5박6일 동안 군입대해 벌어지는 일들을 카메라에 그대로 담아낸 진정한 生야생 프로그램이다. 처음에 ‘진짜 사나이’는 “군대가 먹힐까”라는 우려와 함께 시작됐다. 그러나 멤버들이 실제 훈련을 받으며 실수하고 도전하는 열정과 훈훈한 전우애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이에 한동안 KBS2 ‘해피선데이’와 SBS ‘일요일이 좋다’의 대결이던 일요일 예능의 척도도 바뀌게 됐다. MBC ‘일밤’이 재기에 성공하며 지상파 3사가 소수점의 시청률 차이로 순위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진짜 사나이’는 첫 출격이후 약 3개월 만에 17.1%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반 년 넘게 부동의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지켜냈다. 또한 2013년 9월에는 한국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순위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하며 일요일 MBC 간판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진짜사나이’는 식상하다는 비판을 받기 시작했고 승승장구하던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매주 병영체험을 하는 부대는 바뀌었지만 비슷한 에피소드와 정형화된 캐릭터는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매력을 어필하지 못했던 것.
‘진짜 사나이’ 제작진은 ‘멤버 대거 교체’라는 강수를 두며 상황을 타개하고자 했다. 이에 류수영, 장혁, 손진영이 하차하고 천정명, 박건형, 케이윌, 헨리가 기존 멤버인 서경석, 김수로, 박형식, 샘 해밍턴과 함께 합류하게 됐다.
멤버 교체는 확실히 득이 됐다. 새 멤버들의 첫 방송이 있던 지난 2월16일 ‘진짜 사나이’는 시청률 16.2%(AGB, 닐슨코리아)로 1위의 왕좌를 재탈환했다. 이는 지난 9일 14.0%보다 2.2%포인트나 상승한 수치였다.
그렇다면 과연 ‘진짜 사나이’가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 ‘진짜 사나이’가 가진 가장 큰 메리트는 ‘군대’라는 장소다. 군대는 그간 보수적이고 차단된 영역으로 여겨졌고 군인 역시 일반인들과 별개의 사람들로 생각돼왔다. 그러나 따져 보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군대와 관련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다. 병사들을 나일 수도 있는 누군가의 남동생, 남자친구, 오빠, 아들쯤 된다. 이와 같은 특수성은 군대가 고리가 되어 다양한 시청 층을 엮을 수 있게 한다.
즉 여성들은 연관은 있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곳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시청하게 되고, 군 입대를 앞둔 남성이라면 사전 경험을 위해 시청할 수 있다. 또한 군대에 다녀온 남성이라면 자신이 보냈던 시간과 공감·비교 하는 재미를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예능은 뭐니 뭐니 해도 재미가 최우선이다. 아무리 공감되고 호기심 넘칠만한 소재라도 재미가 없으면 관심 받지 못한다.
하지만 소재가 군대이다 보니, 마냥 웃기기만 하는 예능 요소를 넣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 군대를 희화화 시킬 수 있는 위험부담이 존재 하는 것. 이에 어수룩한 멤버가 군대 생활을 해내는 와중에 파생되는 자연스러운 웃음이 필요했다.
그 역할을 ‘진짜 사나이’ 첫 멤버로는 샘 해밍턴이 담당했다. 샘 해밍턴은 ‘구명 병사’라는 별명을 얻으며 웃음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현재는 내국인 멤버 못지않은 엄청난 적응력으로 군생활을 잘 해내게 되니 이제 그 역할을 새 멤버 헨리가 받았다.
헨리는 그야말로 하이브리드 ‘구멍병사’로, 첫 등장부터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입대 날 요가매트와 선글라스를 챙겨오는가 하면 선임에게 “파인애플을 닮았다”는 폭탄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현재 ‘군대무식자’의 오명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군 생활 및 훈련에 열심히 참여하며 미워할 수 없는 감초 역할로 빛나는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웃음 캐릭터 외에도 평범한 신병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어리바리 케이윌과 하차한 장혁· 류수영의 빈자리를 채워줄 의장대 출신의 완벽 에이스 병사 박건형, 여기에 교관 출신 천정명까지 소대에 꼭 한명씩 있을 법한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한다.
이들이 기존 멤버들과 서로를 보완해가며 공감 가능한 군대 이야기들을 만들어간다는 점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강점 외에 ‘진짜 사나이’가 가지고 있는 커다란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진정성 부분이다.
‘진짜 사나이’ 게시판에 ‘do****’ 닉네임의 한 시청자는 “헨리는 현 육군 장병들과 전역한 수많은 청년들을 분노케 한다”라는 의견을 남겼고 ‘ch****’의 시청자는 “군대가 장난하는 곳도 아니고 일부 멤버는 꼭 놀이터에 나온 어린 아이 같아 보기가 껄끄럽네요”라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진짜 사나이’도 예능이기 때문에 웃음이 필요하지만, 군대기 때문에 그 부분들이 자칫하면 시청자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부분이 될 수 있다.
시청자들 대부분의 의견이 ‘재미는 있으나 너무 장난스럽다’인만큼 이 점은 계속해서 ‘진짜 사나이’가 궁리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일 것이다.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한 새로운 도약은 일단 성공적이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정성 문제를 풀어나갈 것인지 ‘진짜 사나이’의 그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출처: MBC ‘일밤-진짜 사나이’ 영상 캡처/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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