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기자] 연예계 조공 문화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팬 밥차’의 진정한 의미가 왜곡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연예계 ‘팬 밥차 문화’는 집단 조공 문화의 대표 격으로 볼 수 있다. 팬 밥차란 영화, 드라마 촬영 현장에 있는 배우, 스태프들 모두가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게끔 제대로 된 식사를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촬영장 ‘팬 밥차 문화’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가 발달하면서 더욱 활성화 됐다. 특히 촬영장에 밥차가 오고 가면 스타들은 인증샷을 찍어 SNS 등에 올리고, 해당 사진들은 팬들에게는 기쁨과 감동으로 전해지면서 스타에 대한 팬심과 충성심이 더욱 커지게 된다.
◆ 밥차, 스타의 현장까지 챙겨준다?
현재의 팬들은 ‘내 스타는 내가 챙긴다’는 일념 하나로 직접 발로 홍보를 도맡으며 스타의 주변 지인들까지 직접 챙겨낸다. 특히 국내에서만 묶여 있던 팬 커뮤니티는 하나의 큰 연맹이 돼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등 더욱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체력과의 싸움이 가장 관건인 드라마, 영화 촬영장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다.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현장으로 투입되는 것을 잘 아는 팬들은 밥 한 끼라도 잘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산으로 바다로 밥차를 동원시킨다.
팬 밥차 자체는 촬영 현장의 사기를 증진시키고 활력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복수의 촬영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매일 똑같이 먹는 도시락, 식당, 이동식 밥차 밥만 먹다가 팬들이 보내는 팬 밥차가 오는 날에는 확실히 힘이 난다. 출연 배우 덕에 맛있는 음식도 먹고 즐거운 시간도 보낼 수 있어서 고맙다”며 팬 밥차의 존재감을 높이 사기도.
팬들 역시 밥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단합의 힘을 느낀다. 대다수의 팬 커뮤니티를 확인해 본 결과 팬들이 팬 밥차 서포트에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힐 수 있도록 공지 게시판이 마련돼 있었고, 모든 정산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팬들 간의 신뢰감을 쌓아가고 있었다.
◆ 진심 담긴 팬 밥차, 조공이라 할 수 있을까
바람직한 ‘팬 밥차 문화’를 실현하는 팬 커뮤니티로 배우 정일우 팬 카페 ‘일우스토리’를 들 수 있다. 현재 MBC 주말드라마 ‘황금무지개’(극본 손영목 차이영, 연출 강대선 이재진)에서 서도영 역으로 열연하고 있는 정일우의 팬 카페 ‘일우스토리’는 ‘황금무지개’ 촬영 현장에 뷔페식, 분식, 간식 등 다양한 종류의 팬 밥차를 지원하며 서포터즈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일우스토리’ 관계자에 따르면 “한 편의 작품을 촬영하기 위해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이나 현장에서 얼마나 고생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밥 한 끼라도 잘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식사를 한 후 현장에 있는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고맙다’고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밝혔다. 이어 “팬과 스타의 관계라고 해서 팬 밥차를 지원하는 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단순하게 내 친한 친구에게 고생한다는 의미에서 밥 한 끼 사는 그런 기분이다. 스타 역시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일우 소속사 측 역시 “한 번 팬 밥차가 올 때마다 최소 100인 분 이상씩 준비해 온다. 팬들의 그 마음이 정말 고맙다”고 전하며 “스타에게 팬들이 준비해주는 밥 한 끼는 정말 큰 의미가 있다. 팬들이 현장에 오면 항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이 되기 때문에 항상 반가워한다”고 밝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 현장에서 모두 모여 밥 한 끼 든든히 먹고 힘을 내 촬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팬 밥차 문화의 힘이라 할 수 있다. 허나 바람직한 목적의식을 잃게 된 경우에는 지나치게 고가의 밥차를 지원하거나 타 커뮤니티와의 경쟁 현상 등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렇듯 팬과 스타가 분명한 의미를 알고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사실 왜곡된 의미의 조공문화로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 팬 밥차 역시도 조공 문화의 일종이라는 편견이 있는 만큼 논란이 일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실제 조공이란 과거 종속국이 종주국에 예물을 바치던 행위를 일컫는 말로, 연예계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물질적인 공세를 아끼지 않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심지어 스타들 역시 자신이 원하는 조공 품목을 팬들에게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당연한 듯 받아들이며 조공 문화에 익숙해져 버리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스타들이 그릇된 조공을 애초에 자르는 사례도 많이 있다. 앞서 그룹 빅뱅 태양과 가수 아이유가 조공을 거부한 개념 아이돌 스타로 눈길을 끈 바 있다.
먼저 태양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내 생일 선물을 준비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사랑과 마음만 받겠다. 나보다는 더욱 필요한 곳에 쓰였으면 하는 마음을 이해해달라”라며 조공을 정중히 거부했으며, 아이유 역시 자신의 팬 커뮤니티를 통해 “고가의 선물을 받고 깜짝 놀랐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비싼 선물 정중히 사양한다”는 부탁의 글을 남겼다.
진심이 담긴 팬 밥차는 조공 문화와 다르다. 관건은 표현하는 방식에서 팬도 스타도 과하지 않게끔 하는 것이다. 팬들은 굳이 값비싼 선물 혹은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지 않더라도 고생하는 스타를 위해 밥 한 끼 전함으로써 마음도 함께 전할 수 있고, 스타는 팬들의 진심어린 밥 한 끼 식사 대접에 대해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진정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그릇된 조공 문화 속에서 팬 밥차의 진정성이 퇴색되지 않고 더욱 의미 있어 지는 하나의 팬덤 트렌드가 되기를 희망하고 기대해본다. (사진제공: 스타케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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