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서킷인 영암 KIC와 인제 IIC가 갑작스럽게 소음 규제안을 들고 나왔다. 이에 따라 시즌 개막을 눈 앞에 둔 모터스포츠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17일 모터스포츠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영암서킷을 운영하는 전남개발공사와 인제서킷을 운영하는 코리아레이싱페스티벌(KRF)이 각 국내 모터스포츠 주최사에 공문을 발송했다. 서킷 내 경주차가 내는 소음을 규제한다는 내용이다. 영암서킷은 105㏈, 인제서킷은 90㏈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곧 시즌 개막을 앞두고 모터스포츠 업계는 현실성 없는 기준이라며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치단체들이 소음 규제를 꺼내 든 이유는 레이싱 서킷이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관광 효과가 적은 반면 소음공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나마 운영 5년차를 맞은 영암서킷은 인근 목포시가 주말 관광 특수를 누리지만 인제서킷의 경우 방문객이 지갑을 열 곳이 적어 지역 주민들이 거둘 수 있는 수익이 적은 편이다.
업계에선 올해 지방선거를 앞둔 지자체에서 관광객보다 지역민 아우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영암서킷의 경우 서킷 내 소음보다 공도를 다니는 경주차 소음에 대한 민원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제서킷은 주변 30여 가구의 민가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국내 대표 모터스포츠 대회인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과 CJ 슈퍼레이스 측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경주차에 일반 승용차와 동일하거나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모터스포츠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처사라는 것. 게다가 레이싱 서킷에 소음을 규제하는 곳은 해외에서도 별로 없다는 점을 들어 자치단체에 입장 철회를 요구하는 중이다. 경주차가 내뿜는 강렬한 배기음과 주행 사운드는 모터스포츠의 중요한 매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권위 있는 모터스포츠 대회를 주관하는 FIA 역시 F1, FIA GT, WTCC 등 공인 대회에 별도의 소음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일반도로에서 치르는 랠리 등은 경기가 열리는 국가의 도로교통법을 준수하되 최대 103㏈을 넘지 않도록 규정하는 정도다. 일본자동차연맹(JAF)은 2014년 규정에서 경주차와 1m 거리에서 측정한 배기음이 120㏈을 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일본 스즈카 서킷의 경우 별도의 소음 규정이 없다.
영암서킷 관계자는 "지역주민의 민원 등을 고려해 경주차 중 공도 주행이 가능한면 국내 법규에 따라 105㏈로 배기음을 제한하고, 서킷 전용차는 110㏈로 규정했다"며 "국제대회 사례 등을 고려해 각 대회별로 기준치를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을 유연하게 정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모터스포츠에서 경주차가 내는 배기음도 흥행에 중요한 요소인 만큼 소음을 적절히 제한하는 한편 즐길 수 있을 만큼의 배기음 튜닝은 허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제서킷 측은 "포뮬러카로 서킷 주행테스트를 거쳤을 당시 90㏈로 소음규정을 정해도 충분하다는 데이터가 나왔다"며 "해외사례 및 국내 레이싱 대회 현실을 잘 알고 있어 업계 관계자들과 충분하게 협의한 후 수긍할 수 있는 선에서 기준을 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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