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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파일]피아트, 잘못된 판단 인정한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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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트코리아가 지난 3일 전 차종 대상으로 최대 500만원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언뜻 국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그간 지속되던 할인이 가격에 반영된 것이어서 이른바 포장만 바뀌었을 뿐이다. 게다가 주력 차종인 친퀘첸토(500)는 할인폭이 30만원 줄어 실질적으로는 가격 상승이 된 셈이다. 

 피아트는 지난해 2월 크라이슬러코리아를 통해 국내 시장에 다시 발을 디뎠다. 1998년 수입사인 한보가 경영악화로 철수한 뒤 16년만이었다. 독특한 디자인을 앞세워 수입 소형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당초 포부와 달리 지난해 성적표는 경쟁상대로 지목했던 미니의 1/10에도 못미치는 507대에 그쳤다.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었다. 주력 차종인 친퀘첸토(500)가 2,690~3,300만원으로 책정, 부담 느낀 소비자의 손길이 멀어지자 피아트코리아는 출범 5개월만에 고육지책으로 최대 500만원 할인을 시행했다. 이후 무이자 36개월 조건까지 더했다. 프로모션이 일반화된 수입차에서도 파격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시장에선 '과감한 결단' 대신 초기 '가격 설정 실패'에 무게를 두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피아트의 파격 할인은 실적 개선에 효과를 나타냈다. 지난해 5월 16대까지 급감한 판매량은 하반기 평균 50대 이상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대폭 할인에 기댄 실적은 프로모션 철회 이후 급감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7월 시작한 '특별 할인'이 올해 1월까지 장장 7개월간 지속됐던 배경이다. 

 업계에선 재진출 시점부터 피아트의 한국 시장 분석이 부족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1만 달러 대에서 시작하는 '슈퍼 미니' 차종의 경쟁 상대로 프리미엄급 소형차를 지목한 것, 그리고 구체적인 마케팅 및 국내 소비자가 수긍할만한 가격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아도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피아트 입장에선 '몇 대나 팔린다고 신경을 써야 하나?'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수입차 브랜드 수장들이 공통적으로 입을 모아 설명하는 것이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제품이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을 장담할 수 있다"는 말이다. 립서비스 차원을 넘어 실제로 그렇다. 

 피아트코리아는 지난해 실적과 관련 "16년만의 재진출인 만큼 당장의 성적보다 브랜드 알리기에 주력했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나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자면 피아트만의 고유 색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난 1년은 피아트에게 한국 내 색상을 찾는 시기였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올해는 그 색에 선명도가 더해져야 한다. 그래야 피아트의 진정한 가치를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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