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전 정말로 평범해요. 굉장히 평범하고 여느 20대와 다를 바 없어요. 단지 차이가 있다면 다른 아이들이 대학에 가서 과제를 할 시간에 전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정도죠. 심지어 그 외의 것들은 또래보다 덜떨어지는 부분들도 많아요.”
그의 말처럼 평범한 인상에 평범한 말투. 조곤조곤하게 말하지만 자신의 의사만큼은 확고하게 전달할 줄 아는 이 소녀는 여느 스물한 살과 다르지 않은 ‘평범함’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일순간 맞닥뜨리는 그의 면면들은 그가 마냥 평범한 소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평범함을 담아 노래하는 아이. 그럼에도 그가 가진 이면들을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다.
“아역배우 때와 달라진 점은….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웃음)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성인이라고 해도 21살이 많은 나이는 아니니까.”
더는 아역배우라 부를 수 없다. 최근 영화 ‘수상한 그녀’ 개봉과 더불어 bnt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심은경은 아역배우라 불리기엔 멋쩍고 민망할 만큼 어른스러운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 때가 되면 다시 필 것을
첫 주연 작품. 이제 막 성인이 된 심은경은 영화 ‘수상한 그녀’를 통해 20대의 몸을 갖게 된 70대 노인 오두리를 연기했다. 70대의 감성을 이해하는 것도 벅찼을 텐데, 배우 나문희와 2인 1역까지 소화해야 했다.
“힘들었어요.(웃음) 동인인물로 보여 진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잖아요. 목소리 톤부터 연기스타일까지 너무도 다른데 그런 걸 하나하나 맞추려니까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죠.”
무리하진 않았다. 나문희라는 대선배의 옷을 억지로 맞춰 입기보다 새로운 이미지들을 재단해 오두리라는 인물을 완성했다. “사소한 것까지 따라하면 그냥 나문희 선생님”이기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려 한 심은경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감성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 썼어요. 나문희 선생님과의 싱크로율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할머니적인 감성을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하느냐니까. 제 스스로도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
100% 다 이해할 순 없었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그는 이제 막 스물한 살인 소녀였으니 70대 노인인 오말순을 완벽하게 그려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막연한 상상 대신 자연스럽게 어머니를 떠올리기로 했다.
“예전에 엄마가 내 뒷바라지하던 모습이 생각났어요. 그렇게 어렴풋이나마 감성을 알게 된 거죠. 이번 영화는 살짝이나마 엄마를 비추는, 엄마를 위한 영화인 것 같아요.”
엄마. 발음하기만 해도 뭉클해지는 이름. 그는 그런 ‘엄마’로서 아들인 반현철(성동일)과 대면하는 장면이 가장 뭉클하고 좋아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가장 모성애적인 장면이 아닌가 싶어요. 감정을 절제하고 강인한 어머니의 결단력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너무 눈물을 쏟아서 힘들었어요.”
그를 고되게 만들었던 것은 비단 ‘눈물’만이 아니었다. 감정절제 때문에 힘들었던 장면이 있었다면 가수로서 무대에 올라가야 하는 고된 장면도 있었다.
“아무리 촬영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어떻게 관객들에게 가수처럼 손동작, 발동작을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새삼 가수들이 대단하다 싶었죠.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웃음) 하루 이틀 가지고는 되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앓는 소리를 했지만 극 중 모든 노래를 직접 소화해냈다. 심지어는 밴드 장미여관과 콜라보레이션 무대까지 가지며 무대에 적응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진짜 재밌었어요. 장미여관은 정말 장미여관 그 자체였어요.(웃음) 다들 재밌으시고 노래 편곡도 멋지게 해주셨죠. 평소 봉숙이를 즐겨듣는 팬이었기 때문에 정말 의미가 깊었어요.”
◆ 청춘은 자란다
갑작스러웠다. 영화 ‘써니’ 이후 “시간을 가지고 싶어” 선택한 유학은 오랜 시간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쌓아온 그와의 친분을 단번에 잘라내는 것 같아 섭섭하기도 했다.
“너무 어렸을 때부터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쉬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인배우로서 발돋움 할 계기를 만들고 싶기도 했고요. 계속 작품을 이어나간다더라도 제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과감하게 떠나게 됐죠.”
뒤늦은 사춘기가 왔다. 외로움은 어렸던 소녀에게 방황을 안겼다. 그는 홀로 “나는 누군가, 뭘 하는 사람인가”를 고민했다며 유학생활로 인해 내면적으로 단단해질 수 있었음을 고백했다.
“재밌던 부분도 많고 얻은 것도 많지만 그만큼 힘들었던 부분도 컸어요. 사춘기도 겪고 여러 가지 방황도 했다. 그 방황이 나쁜 건 아니었어요. 혼자 겪어야 하는, 혼자 다져야 할 생각들이 많았죠.”
스물한 살은 어렵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숫자 사이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만 한다. 하지만 그는 그 다소 느긋한 태도로 줄타기를 즐긴다. 조급하지 않게. 주위를 살피면서.
“인기에 연연하진 않아요. 아역 시절에도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었어요.(웃음) 오히려 지금 위치가 편한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일상생활도 즐기고. 인기가 많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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