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 쌍용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 경영진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마힌드라가 향후 쌍용차에 1조원 투자를 약속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과 쌍용차 인수를 주도했던 파완 고엔카 사장도 참석했다. 이미 여러 차례 만나 본 경험에 따르면 마힌드라 경영진은 이전 중국 상하이차와 확실히 다르다.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온통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1조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포장됐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마힌드라가 투자하는 게 아니라 쌍용차가 자체적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재투자를 하는 게 맞다. 다시 말해 마힌드라그룹의 자본이 쌍용차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쌍용차 스스로 이익을 내 투자를 지속한다는 의미다. 물론 이 과정에서 투자금이 부족하면 마힌드라가 지원할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투자의 주체가 쌍용차라는 점이다. 내수와 수출을 통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미국에 진출한다는 게 이번 투자 시나리오의 요지다.
사실 마힌드라의 해외 수출 전략은 쌍용차 인수 때부터 염두에 둔 계획이었다. 마힌드라 브랜드로는 선진 시장에 진출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상하이차 또한 쌍용차의 유럽 수출을 놓고 상하이차의 유럽 진출이란 등식으로 자랑하곤 했다. 하지만 그 또한 엄밀하게는 한국의 쌍용차가 진출한 것일 뿐 상하이차 그들의 브랜드는 아니다.
마힌드라의 미국 진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진출은 쌍용차가 하는데, 생색은 마힌드라가 내는 격이다. 물론 쌍용차의 최대 주주로서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구상이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달성한 곳은 엄연히 쌍용차이고, 여기서 얻은 이익이 향후 1조원 투자로 연결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마치 마힌드라가 별도의 1조원을 쌍용차에 투자하는 것처럼 알려지자 쌍용차 내부에선 서운함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쌍용차 스스로 뼈를 깎는 과정을 극복하고, 정상화에 다가섰지만 알아주는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은 늘 정상만을 본다. 그래서 쌍용차도 정점인 마힌드라를 본다. 마힌드라 경영진의 판단과 결정이 쌍용차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 여력이 생기도록 노력한 곳 또한 쌍용차다. 생산과 영업, 수출 현장에서 묵묵히 임무를 다한 쌍용차 임직원들이 투자의 근원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마힌드라가 아니라 쌍용차가 박수를 받아야 한다. 1조원 투자를 이끌고 갈 주인공이자 투자금을 만들어 내야 할 주체이니 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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