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영 기자] 조금은 식상한 말이지만 '가왕' 조용필을 보고 딱 한 생각이 들었다. '슈퍼소닉 2013'은 조용필의, 조용필에 의한, 조용필을 위한 축제였다.
8월15일 밤 9시50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슈퍼 스테이지)에서는 이틀간 진행된 도심형 뮤직 페스티벌 '슈퍼소닉 2013'의 마지막 무대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바로 데뷔 45년 만에 처음으로 록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조용필이 그 주인공.
조용필이 출연한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면서 '슈퍼소닉 2013' 측은 인터넷 투표를 통해 '조용필 떼창 선곡 이벤트'를 벌였으며 '여행을 떠나요'를 공식 캠페인송으로 선정, 조용필과 후배들이 함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했다.
조용필 역시 자신의 출연료 전액을 기부하면서 '헬로 스테이지'를 신설했다. 그는 "내가 밴드로 음악을 시작한 만큼 우리나라 밴드들의 음악에도 애착이 많이 간다. 음악 페스티벌에 해외 유명 뮤지션들이 오는 것도 좋지만 인디 밴드들도 중요한 우리의 자산이다"라면서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이러한 조용필을 보기 위해 어린 아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좀 더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즐기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스탠딩이고 좌석이고 할 것 없이 만원이 된 공연장에서 후배 가수 DJ KOO는 조용필의 'Hello'를 편곡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밤 10시20분경, 천막이 걷히고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이 '미지의 세계'로 첫 포문을 열었다. 조용필은 독특한 패턴이 돋보이는 흰색 셔츠에 선글라스, '헬로' 앨범 재킷과 같은 모양이 새겨진 기타를 들고 2만 여명의 팬 앞에 섰다. 그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팔을 벌리거나 손을 드는 특유의 동작과 함께 '단발머리', '자존심', '못찾겠다 꾀꼬리', '그대여' 등을 쉬지 않고 소화했다.
특히 '남겨진 자의 고독'을 앞두고 조용필이 선보인 기타 솔로 연주는 모든 이의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방금 전까지 뛰면서 떼창했던 사람들은 그의 손이 튕기는 기타 음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가왕의 연주를 만끽했다.
'꿈', '장미꽃 불을 켜요', '판도라의 상자' 무대 후 키보드, 드럼, 피아노, 기타 등의 밴드가 소개됐고 올 4월에 발표된 조용필의 19집 '헬로(Hello)'의 '바운스' 반주가 전세계 사람들이 유튜브에 올린 수백개의 '바운스' 리액션 영상들과 함께 흘러나오자 떼창은 점점 고조됐다. 좌석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자리에서 모두 일어서서 리듬에 몸을 맡겼다. 나이가 믿기지 않는 청아한 그의 음색에 많은 이들이 뜨거운 열광을 보냈고 '모나리자' 때 관객들의 흥분은 절정에 달했다.
본 공연의 마지막 곡인 '헬로'에서는 성별과 세대, 국적을 뛰어넘어 모두가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장관이 연출됐다. 노래 중 버벌진트는 직접 무대에 나와 랩 피처링을 했고 올스탠딩으로 춤을 추며 환호하는 관객들을 향해 조용필은 "감사합니다"라며 무대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대로 그를 보낼 수는 없었다. 곳곳에서 "앵콜"이 터져나오며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은 다시 무대에 올랐다.
'해바라기'로 열린 앵콜 무대는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로 이어졌다. 진심을 담은 조용필의 목소리에 관객들은 다함께 그의 곡을 따라부르며 감동적인 교류를 나눴다.
특히 조용필은 '나는 너 좋아' 무대 중 직접 스탠딩 석으로 내려와 맨 앞 줄 팬들의 손을 잡아줘 객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정말 마지막 곡인 '여행을 떠나요'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떼창과 떼춤으로 '가왕'과의 시간을 아낌없이 즐기며 아쉽지만 그를 떠나보냈다.
1시간 반을 오롯이 음악으로 채운 조용필은 전혀 지친 기색 없이 넘치는 열정과 관록을 뽐내며 가왕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그의 음악을 들으며 자라왔을 법한 한 중장년층 관객은 "아쉽다. 또 보고 싶다"며 설레는 마음을 표현했고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관객은 공연장을 빠져나오면서 계속 '여행을 떠나요'를 흥얼거렸다.
자정에 가까운 늦은 시간이었지만 조용필은 자신의 노래처럼 많은 사람들의 심장을 그야말로 '바운스'하게 만들었다. (사진: bnt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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