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혜영 기자] 세상에 없는 이상한 도시 '하트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7월9일부터 8월18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는 사랑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을 위한 꿈 같은 이야기, 뮤지컬 '헤이, 자나!'가 공연된다.
'헤이 자나'는 2002년 작품 개발과정을 거쳐 2003년 오프 브로드웨이 John Houseman Theater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911 테러사건 이후 침체돼 있던 오프 브로드웨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공연으로 평가 받는다.
그런데 시작부터 뭔가 이상하다. 배경이 되는 '하트빌'은 남자는 남자에게, 여자는 여자에게 고백해 사귀는가 하면 여성은 로데오를 타고 남성은 뜨개질을 하는 그야말로 일반적인 관념이 완전히 뒤바뀐 도시다.
특히 재기발랄한 주인공 자나는 요술봉을 들고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동성학생들을 이어주며 사랑의 매개체로서 역할을 충실히 한다. 그런데 그렇게 남남, 여여 모두 짝을 이뤄가던 중 예상치도 못한 일이 발생하고 만다.
'이성애자를 군대에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주제로 교내 뮤지컬을 제작하던 도중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풋볼팀 쿼터백 스티브와 로데오 동아리 회장 케이트가 키스를 한 후 서로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동성이 아닌 이성을 좋아하기에 '커밍아웃'을 해야하는 상황. 이들은 해서는 안되는 사랑을 하게 된 여느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도시를 떠날까 고민하며 자나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안타까운 둘의 사랑을 이뤄줄 수는 없을까. 머리를 싸맨 끝에 자나는 세상을 변화시킬 만큼 강력하지만 동시에 위험성이 따르는 엄청난 마법을 찾아낸다.
사실 동성애를 표현하기 위해 남남, 여여 커플이 뽀뽀를 하는 부분은 꽤나 당황스러울 정도로 자주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난색을 표하는 대신에 크게 웃으며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 지에 집중한다.
'나와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를 바탕에 두고 시작했다는 이 뮤지컬은 소재 때문에 주제 의식은 언뜻 무거워 보이지만 곳곳에 편안한 마음 가짐으로 극을 즐길 요소가 녹아 있다.
우선 훤칠한 키와 다부진 몸을 자랑하는 배우들은 형형색색의 화려한 의상과 가지각색 소품으로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무대 역시 오밀조밀하게 꾸며져 있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강렬한 리듬의 펑크록부터 흥겨운 디스코, 경쾌한 행진곡풍의 곡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라이브 밴드의 신나는 연주, 배우들의 풍부한 성량이 돋보이는 하모니는 관객들의 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공연이 끝날 때쯤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이외에도 '자나'라는 이름을 이용한 언어 유희와 술 대신 우유를 마시는 귀여운 설정은 물론이고 모든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여학생 캔디와 캔디의 일이라면 뭐든지 해주는 착한 남학생 벅의 랩퍼 아웃사이더를 능가하는 숨이 벅차는 노래 대결도 깨알 웃음 포인트다.
한편 자나 역에는 김찬호 김지휘가, 스티브 역에는 이창희 김용남이, 체스 챔피언 마이크 역은 서경수 박정훈, 케이트 역에 최수진 조윤영, 사랑에 뜨겁고 열정적인 로버타 역은 박혜나 이정미가 열연한다. 또 학교 DJ로 자나에게 힘을 주는 탱크는 이지호가 맡았으며 김민주가 캔디, 이태오가 벅으로 활약한다. (사진제공: BOM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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