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에서 현대기아차 지위는 문자 그대로 '철옹성'과 같다. 시장 규모가 감소하지만 점유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올 상반기 국내 내수시장은 총 74만7,300대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감소했다. 이 중 수입차를 제외한 국내 5개사 판매실적은 67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8.4%나 하락했다. 현대기아차 역시 내수 판매가 떨어졌지만 폭은 2.7%에 그쳤다. 6개월간 1만5,000여 대 감소한 것으로, 지난해 국내외 판매 700만대 돌파를 떠올리면 치명적인 수준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같은 기간 내수점유율은 71%대에서 74%대로 상승했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는 '위기론'을 앞세은 다양한 대책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연식 변경이나 신차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디자인과 편의·안전 품목을 적극 적용했다. 전시장부터 서비스센터까지 시설 개선 작업도 한창이다. 7월부터는 먼지가 묻을 수 있는 부위를 모두 보호막(Wrap)으로 감싸는 '랩 케어 서비스'도 전국 서비스센터로 확대한다. 생산, 판매, 서비스 등 전방위적인 네트워크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 싼타페와 그랜저 등에서 누수 현상이 발생하자 재빨리 무상수리 시행과 동시에 해당 차종의 누수 관련 보증기간을 5년으로 연장키로 결정하기도 했다.
신속한 대응은 수입차 시장 확대가 직접적인 자극이 됐다. 지난해 처음으로 점유율 10%를 넘어선 수입차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젊은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는 점도 부담이다. 오랜 기간 생산자 중심의 국내 시장이 수입차 확대에 따라 소비자 중심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도 간과할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실제 비단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완성차 브랜드 전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갈수록 심해지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업계에선 전체 내수 시장 하락세에도 수입차 시장이 두자릿수대 성장을 이어가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내에 신규 등록된 수입 승용차는 6만3,571대로 약 19% 성장률을 달성했다. 국산차가 채워주지 못하는 틈새를 수입차가 해결해준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글로벌 판매 1위인 토요타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일본 내수 시장에서 토요타, 다이하츠, 히노 등 토요타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2% 정도다. 수치상으론 현대·기아차보다 낮지만 혼다, 닛산, 마쓰다, 스바루, 미쓰비시 등 쟁쟁한 경쟁자와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는 점에서 지위는 독보적이다. 게다가 일본 역시 수입차 시장이 최근 두자릿수 대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도 한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변해도 여전히 현대기아차의 지배력은 막강하다. 온라인 내에서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돼도, 노사 갈등과 누수 품질 논란이 일어나도 지위는 굳건하다. 게다가 최근 변화를 추구하는 일련의 소비자 우선 전략도 효과를 낸다. 반면 수입차는 성장통을 겪는 중이다. 서비스센터, 빈익빈부익부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렇게 본다면 당장은 앓는 소리를 하는 현대기아차가 내심 '안방 시장 이상 무'를 외칠 수도 있다. 현대기아차보다 오히려 수입 업체들이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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