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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가는 세월 막지 못하는 현대차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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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가 요즘 '새로운 생각(New thinking)'을 많이 한다. 그러나 새로운 고민도 적지 않다. 시간을 거스를 수 없고, 흐르는 물을 막을 수 없어서다. 임직원 평균 연령은 해마다 늘어가는 반면 신차 구매자는 젊어지고 있다. 젊은 소비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두렵다는 사람도 있다.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 정보를 들먹이며 현대차를 공격할 때는 오싹함마저 느낀다. 잘못된 정보라면 고쳐주고 싶지만 괴담처럼 확산된 이야기를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젊은 세대에게 그것은 잔소리와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New thinking, New Possibility)'은 현대차의 슬로건이다. 하지만 생각은 굳은 지 오래다. 지난 10년간 끝없는 성장에 도취해 안정적인 생활을 누려왔다. 가만히 있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흔들리지 않는 50%의 내수 점유율은 안일한 생각의 배경이 됐다. 지난 10년 동안 소비자는 비난을 쏟아내면서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러나 이제 그럴 수 없다. 넘쳐나는 계약서가 수입차로 속속 흐르고 있어서다. 소비층이 젊어지면서 현대차 구애를 외면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어쩔 수 없이 현대차를 구입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수입차에 대한 애정공세가 거세다. 한국수입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수입차를 구매한 사람의 연령은 30대가 35%로 가장 많다. 20대도 6.6%에 달한다. 물론 40대와 50대도 여전히 28%와 20%로 막강하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바로 30대다. 자동차 구입에 주저함이 없는 30대가 현대차를 외면하는 현상은 이미 20대부터 만들어진 결과다. 더 나아가 10대 때 머리에 형성된 것일 수도 있다. 한 마디로 '나중에 크면 수입차를 타겠다'는 마음가짐을 30대 이전에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하락하는 수입차 가격이 이들의 발목을 확실히 붙잡았다. 반면 가격이 오르는 현대차는 뒤로 밀려나는 형국이다. 벨로스터와 제네시스 쿠페 등으로 젊은 세대의 욕구를 수용했지만 지극히 일부일 뿐이다. 수입차로의 이탈은 주력인 쏘나타와 그랜저 등 중대형 차급에서 가장 심하기 때문이다.






 젊은 소비자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세대 차이 등으로 대화가 어렵다는 하소연도 있다. '집은 없어도 차는 있어야 된다'는 젊은 소비자들의 자동차 시각은 까다롭다. 과거처럼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에 머물지 않고 개성이나 취향을 표현하는 역할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미친 짓으로 표현하는 튜닝은 '열정(Passion)'이고, 이해할 수 없는 폭주는 '놀이(Funny)'로 여긴다. 가는 세월 막을 수 없는 세대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생각을 내걸었지만 새로운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 이유다.

 현대차도 수입차 점유율 확대는 곧 현대차 점유율 하락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값 비싼 부품 값을 아랑곳 않는 젊은층의 수입차 선호 현상이 큰 물줄기임도 부인하지 못한다. 가뜩이나 늘어나는 주름이 더욱 깊게 파이는 셈이다.

 그렇다고 마냥 현상을 바라볼 수만은 없다. 그래서 현대차가 꺼내 든 카드는 젊음이다. 젊은이를 이해하고, 젊은이를 배려하고, 젊은이에게 다가서는 노력은 임직원 평균연령보다 훨씬 낮은 '유스(Youth)' 전담팀 구성의 배경이 됐고, 대학생을 위한 다양한 공모전도 이끌어 냈다. 어떻게든 젊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수입차로 이동하는 속도를 최대한 느리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흐르기는 하되 속도를 늦추는 것, 그게 바로 현대차 젊은 마케팅의 전략 과제다.

 그러나 회사 내 젊은 팀을 만들어도 의사 결정 권한은 여전히 '가는 세대'에게 있다. 그들에게 파격적인 젊은 소비자의 접근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그래서 신체의 변화는 바꿀 수 없지만 마음이나 생각은 바꿀 수 있다고 여겼다. 생각의 전환, 마음의 변화를 가지자고 주문했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정직을 내세웠다.






 노력은 효과를 발휘하는 중이다. 지난해 현대차가 적극 추진했던 소비자와의 소통은 현대차답지 않은 실천으로 평가받았다. 최고 경영진도 소통 노력을 지원하면서 분명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직원들에게 젊은 마인드를 심어주려는 교육도 병행됐다. 당장 순간의 열매에만 집착하던 세대들이 언젠가 떠나더라도 현대차가 지속 성장해야 30년 청춘을 송두리째 바쳤던 노력이 훼손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이 실천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공염불이다. 젊은층을 이해하려면 가르치기보다 그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넓은 마음도 필요하다. 물론 수용하려면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부터 버려야 한다. 그래야 채워지기 마련이다. 현재의 안위를 지속하려면 아이러니하게 지금의 풍족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다. 가는 세대가 가진 것을 흔쾌히 놓을 때 떠오르는 태양은 가는 세대를 보다 환하게 비추는 법이다.

 권용주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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