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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의 스트레스도 업무상 재해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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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눈부신 고속성장을 이룩해낸 대한민국. 그러나 1997년 IMF 외환 위기가 발발하면서 많은 기업들은 그들의 덩치를 줄이고 그들의 임직원들을 감축하면서 사활을 건 방안모색에 뛰어들었다.

그로 인해 1998년 2월부터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합법화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채용은 2003년 748만 명, 2004년 816만 명, 2005년 840만 명, 2006년 845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였으며, 그 비율은 전체 임금근로자의 각각 55.4%, 55.9%, 56.1%, 55.0%로 점점 구조화되고 있다.

2001년 A공사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2006년 5월 까지 일한 현신자(가명)씨도 이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 중 한 명. 평소 ‘비정규직’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애사심을 갖고 있던 현 씨는 야근이나 휴일 근무도 잦았지만 불평불만 없이 열심히 일했다. 

한편 현 씨는 매년 상급자의 추천이 있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내심 기대하며 지냈지만, 번번이 떨어지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2007년 초 회사 내에서 ‘비정규직 직원은 고용관계가 종료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잘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던 현 씨. 그는 결국 간질까지 걸려 같은 해 11월 사망했다.

이에 현 씨 아버지는 근로공단에 유족보상금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한 바 있다.

● 이런 경우 비정규직 현 씨는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이 경우 우리 법원은 5년간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숨진 현 씨의 아버지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를 받아들여 “비정규직 근로에 따른 고용불안으로 스트레스를 받다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본래 현 씨 아버지는 근로공단에 유족보상금을 신청했지만 공단 측이 "업무와 사망 원인 간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거절하자 소송을 냈던 것.

그러나 공단 측이 내렸던 결정과는 다르게 우리 법원은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질병의 주된 원인이 업무 수행과 직접적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는 것이다"이라고 밝혔다.

남호영 변호사는 “법원은 현 씨가 입사 이래 혼자서 과다하게 업무를 수행해 온 점과 비정규직으로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도 인정되어 현 씨의 사례를 업무상 재해로 판단한 듯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88만원 세대,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멀게 느껴지지 않는 요즘, 법의 보호에 있어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좀 더 체계적인 법적 안전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경닷컴 bnt뉴스 오나래 기자 naraeo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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