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3D프린팅·드론 등 '경직적 규제' 걸림돌
요즘은 3D프린터로 인공장기, 인공피부, 의수·의족을 척척 찍어내는 세상이다. 그런데 국내 제품은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한다. 마땅한 안전성 인증기준이 없어 판로가 꽉 막혔기 때문이다.
혈당·심박 수 측정 스마트폰 앱도 마찬가지다. 임상시험을 비롯해 까다로운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해 웬만한 앱 개발업체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요즘 뜨는 사물인터넷(IoT) 사업은 칸막이가 문제다. 통신망 규격 기술과 전문노하우가 풍부한 기간통신사업자가 IoT용 무선센서를 개발하려 해도 통신사업에서는'서비스 따로, 기기 제조 따로'라는 엄격한 구분 탓에 기술력을 썩히는 실정이다.
기업들이 IoT, 3D프린팅을 비롯해 드론, 메디컬푸드 등 미래 수익원 발굴을 위한 신사업에 온 힘을 쏟지만 경쟁국보다 현격히 불리한 '경직적 규제'가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된다.
이에 경제계가 '규제 트라이앵글'을 해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20일 "창조경제 시대에도 낡은 규제 프레임에갇혀 새 사업에 도전하기 어렵다. 글로벌 신시장 선점 경쟁에 낙오되지 않도록 규제의 근본 틀을 개선해 달라"며 '신사업의 장벽, 규제 트라이앵글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규제 트라이앵글이란 ▲ 정부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사업에 착수할 수 있는 사전규제 ▲ 정부가 정해준 사업영역이 아니면 불허하는 포지티브 규제 ▲ 융복합 신제품도 안전성 인증기준 등이 없어 제때 출시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 인프라 부재를 말한다.
대한상의는 어려움을 겪는 6개 부문, 40개 신사업을 제시했다.
방재업체들은 스마트센서 비상안내지시등, 연기감지 피난유도설비 등 지능형 설비를 개발해도 인증기준이 없어 납품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
엘리베이터 운전제어는 사람만 할 수 있다는 규제로 인공지능(AI) 원격 제어나무인환자이송, 무인물품이동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다.
유망 분야인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소방법상 건물의 비상전원장치로 인정받지못한다. 열거주의 규제가 새 사업을 반영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다.
식품·제약업체의 질병치료용 메디컬푸드 개발도 벽에 막혔다. 당뇨환자용특수식 등 8종만 인정된다. 혈액을 활용한 희귀병 치료약 개발도 혈액관리법상 22가지에국한된다.
기능성 화장품은 주름개선, 미백, 자외선차단 등 3종만 인정돼 피부회복, 노화예방으로 시장 확대가 어렵다.
전기자전거는 일반자전거와 속도(20~30km/h)가 비슷하지만 원동기 면허 취득이의무화돼 있다. 모터가 달려 원동기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비금융회사는 은행 지분을 4%까지만 소유하도록 제한한 은산분리 규제도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신사업을 위한 국가간 규제환경 개선경쟁에서도 뒤처졌다.
미국, 캐나다는 자율주행차 운행기준을 마련해 상용화 수순을 밟고 있고 일본은드론 택배를 허용했다.
우리는 드론은 전남, 자율주행차는 대구에 국한해 시범서비스만 허용한 상태다.
일본은 수소차 시장을 키우려고 수소충전소에서 도시가스 원료로 수소가스를제조·판매할 수 있게 했다. 세계 최초로 수소차 제조라인을 구축하고도 시장 형성이 더딘 우리로서는 부러운 대목이다.
줄기세포 연구도 미국·일본은 자율심의로 허용하지만 우리는 엄격한 사전승인이 의무화돼 있다. 2009년 이후 승인사례가 전무하다.
미국은 보험회사가 토털헬스케어로 피트니스·식단관리 등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선 보험회사의 헬스케어 서비스 기준 자체가 없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우리 기업은 규제 트라이앵글에 갇혀 신시장 선점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자율규제를 확대하고 입법취지에 위배되는 것만 예외적으로 제한하는 식으로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oakchul@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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