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주택거래 2006년 이후 최대, 집값도 소폭 상승'미친 전셋값'에 거래 증가…월세수입 목적 투자자도 늘어
주택시장에 그야말로 '봄바람'이 불고 있다.
겨울철 비수기가 무색할 정도로 올해 들어 집이 빠르게 팔려나가면서 1∼2월 전국의 주택 거래량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중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온갖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지만 최근국내·외 경기와 주택시장의 취약한 펀드멘탈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결과다.
거래량이 늘면서 집값도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고, 경매 시장에는 내집 마련과투자수요가 몰리며 연일 북새통이다.
전세 물건은 품귀현상을 보이며 매매가 대비 전세가비율(전세가율)이 90%가 넘는 '미친 전세'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일부 지역은 보증부 월세까지동이 났다.
전문가들은 8일 "최근 주택거래량 증가의 발단은 심각한 전세난이지만 최소한집값이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실제 행동(구매)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3∼4월은 봄 이사철이 본격화되는 시기여서 당분간 주택시장에 '훈풍'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 '미친 전셋값'에 연초 주택거래량 사상 최대 서울에서 8년째 전세를 살던 직장인 조모(37)씨는 최근 성동구의 작은 아파트를구입했다.
조 씨는 "최근 전세 구하기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고, 2년마다 전셋값 올려주는 일도 버거워 일부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며 "전세와 매매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집을 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연초 전세난에 떠밀린 세입자들이 주택구매에 가세하면서 올해 주택거래량은 가히 폭발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주택 매매거래량은 총 7만9천320건으로, 1월 거래량으로는 2006년 실거래가와 거래량 조사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주택경기가 좋았던 2007년 1월(7만8천798건)보다도 많은 것이다.
2월에는 거래량이 더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매매 거래량은 총 8천605건으로 역시 2006년 조사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설연휴가 낀 1∼2월은 주택시장 비수기로 거래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지난달에는 사상 처음으로 거래량이 8천건을 넘었다.
이런 분위기는 본격적인 이사철인 3월 들어 가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3월7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천787건, 하루평균 398건으로 지난달(307건) 거래량을 크게 웃돌고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국내·외 경제여건이 썩 좋지 않음에도불구하고 연초부터 거래량이 급증하는 것은 다소 의외"라며 "연초 강남권 재건축 이주로 전세난이 한층 더 심화되고 물건이 품귀현상을 빚자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주택 구입쪽으로 노선을 바꾼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전세시장은 말 그대로 '전쟁'이다. 전세의 월세 전환 분위기 속에 서울 강동구, 서초구의 재건축 아파트 이주로 비롯된 '재건축발' 전세난으로 인해 수도권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주택까지 전세난이 확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세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다. 아파트 전세가율은 매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민은행 조사 결과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0.6%로 1998년 12월 조사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방은 물론 최근에는 경기·서울까지 전세가율이 90%를 웃도는 곳도 속출하고있다. 올해 들어 서울 성북구 종암동·길음동, 강동구 암사동 등 일부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당월 매매 거래가의 90%가 넘는다.
성북구 종암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는 주택형별로 하나 구하기도 어려워대기수요가 줄을 섰다"며 "수요는 많은데 물건이 없다보니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고, 이로 인해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고가 전세 계약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암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전세가 품귀현상을 빚다보니 가격이 저렴하게 나온 매매 물건의 경우 전셋값에 1천만∼2천만원만 더 주면 집을 살 수 있을 정도가됐다"며 "세입자 가운데 일부는 견디다 못해 모자라는 금액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도 한다"고 말했다.
◇ 집값도 소폭 상승…투자수요 늘며 경매시장도 후끈 주택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상승세다. 국민은행 조사 결과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가격은 0.27% 오르며 지난 1월(0.15%)에 비해 0.12%포인트, 작년 동월인 지난해2월(0.19%)에 비해 0.08%포인트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 역시 지난달에 0.19% 오르며 전년 동월(0.13%)이나 지난달(0.08%)에 비해 모두 상승폭이 커졌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거래량 증가에 비해 집값은 꽤안정적이지만 일부 인기지역은 전세는 물론 매매가격도 동반상승하는 추세"라며 "최소한 집값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자 최근들어 투자수요도 가세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 등은퇴자들이 소형 주택을 구입해 임대사업을 하려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노원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은행 이자는 연 1∼2%에 불과하지만 주택 임대사업은 연 5∼6%의 꾸준한 수익은 낸다"며 "집값이 하락할 때는 이마저도 메리트가 없지만 최근엔 집값이 안정되고 일부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자 임대수익과 자본수익(시세차익) 두마리 토끼를 노리려는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거래시장이 활발하게 돌아가자 법원 경매시장에도 응찰자들이 넘친다.
지지옥션 조사 결과 지난달 낙찰된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응찰자수는 9.9명으로2009년 2월(10.4명)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저금리가 장기화하고 일반 매매거래가 늘면서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수가줄어들고, 이로 인해 입찰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것이다.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89%로 90%에육박하고 있다.
전세난을 피해 내집마련을 하려는 세입자는 물론, 최근 월세 또는 보증부 월세가 고착화되면서 2억∼3억원대 미만의 아파트나 연립 등을 구입해 임대사업을 투자수요도 경매시장에 많이 몰리고 있다.
지지옥션 이창동 선임연구원은 "이달에도 벌써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이 90%를넘어서는 분위기"이라며 "일반 거래시장에 물건이 줄고 가격이 오르는 만큼 경매열기도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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