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9일 SK C&C 사장에 최태원 회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박정호(51) 부사장을 발탁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주회사인 SK㈜의 대주주인 SK C&C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분 32.9%를 보유해 SK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다.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SK C&C는 SK㈜의 지분을 31.8% 보유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SK㈜ 지분은 0.02%(1천만주)로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1만1695주)보다도 낮다. 그런데도 최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SK C&C를 통해 사실상 그룹 전체를 지배해 기형적인 지주회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 SK C&C와 계열사 간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오너 재산불리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기형적인 지배구조는 SK C&C의 전신인 대한텔레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그룹이 이동통신사업을 위해 설립한 대한텔레콤이 특혜논란으로 이동통신사업을 하지 못하게 되자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했고, 최 회장은 당시 계열사가 나눠갖고있던 대한텔레콤 지분을 주당 400원의 헐값에 사들였다.
이후 대한텔레콤은 YC&C와 합병하고 그룹내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지금의 SKC&C로 탈바꿈했다.
SK C&C는 올해 들어서도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끊임없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올 초 중고폰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중고차사업을 확대했으며 반도체 모듈 사업에도 진출해 연초 12만∼13만원이던 주가가 21만원선까지 상승했다.
SKC&C의 시가총액이 SK㈜를 앞선 뒤로는 SK C&C와 SK㈜의 합병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두 회사의 합병이 이뤄지면 최 회장 일가의 합병회사 지분이 30%대로 높아져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기형적인 지주회사 체제를 청산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물론 SK측은 "회장이 수감 중인 상황에서 합병은 말도 안 된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박정호 사장이 SK C&C를 이끌게 되면서 SK C&C의 몸집 불리기와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가 붙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는 것.
박 사장은 1963년생으로, SK커뮤니케이션즈[066270] 부사장과 SK텔레콤[017670]사업개발부문장을 역임했으며 최 회장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특히 1990년대 SK그룹의 한국이동통신 인수를 비롯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등에도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면서 최 회장의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최 회장이 SK C&C 등기이사로 물러나자 후임 등기이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최 회장은 수감 전부터 그룹의 서비스산업을 SK C&C에몰아주는 방식으로 이 회사의 몸집을 불려왔다"면서 "이는 SK C&C를 알짜 기업으로만들어 전체 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는 "이 때문에 SK C&C 사장에 자신의 최측근을 앉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박 사장은 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성장을 주도했으며 앞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적임자"라고 반박했다.
한편, SK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SK이노베이션[096770] 사장에 정철길(60) SK C&C사장을, SK텔레콤 사장엔 장동현(51) SK플래닛 최고운영책임자(COO), SK네트웍스[001740] 사장에는 문종훈(55) SK수펙스추구협의회 통합사무국장을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정철길 사장을 SK이노베이션 사장에 임명한 것은 회전문 인사"라며 "최 회장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다음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그룹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은 2선으로 후퇴하고 측근을 전진배치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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