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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정보제공과 토론…프랑스식 공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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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2025년부터 동북부의 뷔르 지역에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을 시범가동하기로 했다.

방사성 폐기물 중에서도 위험도가 높은 고준위 물질인 폐연료봉을 지하 깊은 곳에 영원히 파묻을 장소가 정해졌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원전에서 쓴 방호복이나 장갑 등 위험이 덜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할 장소를 경주 방폐장으로 정하는 데만 20년이 걸렸다. 지역 주민과 극심한 갈등을 겪어야 했다.

영구처분장은 핵폐기물의 최종 종착지다. 안전성이 담보된다고 해도 국내 정서를 감안하면 어느 지역에서도 유치를 꺼릴 '혐오시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원전 산업국인 프랑스가 영구처분 지역을 선정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있었던 데에는 일찍부터 시작된 과학적 연구조사와 적극적인 공론화가 있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프랑스도 실패 경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지 정부는 1980년대에 영구처분장건립을 추진하려다 국민적 반대로 좌절한 바 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이 '소통의 필요성'이었다.

프랑스 당국은 우선 1991년부터 관련 법을 제정해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연구사업을 벌였고, 영구처분장 후보지 선정을 위한 과학적 요건을 찾아냈다.

지하 500m 이상의 깊이에 콘크리트로 밀폐공간을 조성했을 때 지진 등 자연재해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지하수 침투가 없는, 매우 안정된 지질구조를 지닌 곳이어야했다. 뷔르 지역을 비롯해 3곳이 후보지로 지목됐다.

뷔르를 뺀 2곳은 유치 반대파가 선거에서 당선되는 등 정치적 이유로 후보지에서 결국 제외됐다. 뷔르 역시 일부 주민의 반대여론이 있었지만 지자체에서 유치 신청을 냈다.

이곳에 영구처분장을 짓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국가기관이 직접 토론을 주도했다. 주무 기관은 프랑스의 독립행정기관으로 거대 시책을 둘러싼 분쟁 조정 역할을 맡은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다.

2012년부터 16개월간 국민 토론회가 이어졌다.

CNDP는 영구처분장이 어떤 시설이고 안전성은 어느 정도인지, 시설을 유치할 때장단점은 무엇인지 등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다음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CNDP의 역할이었다.

CNDP의 클로드 베르네 공공토론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토론 기간에 18만부에 이르는 정보지를 배포했고 원전 시설 인근 주민들에게는 더욱 심층적인 정보를 줬다"고 소개했다.

일부 시민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베르네 위원장은 "시민 200∼300명은 토론회 개최 자체를 막기 위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며 "안전 문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게 명분이었다"고 말했다.

CNDP는 이런 상황에서 표류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자세로 돌파했다. TV토론회를 대안으로 내걸고 9차례 진행하는 한편 객관적 기준으로 구성된 주민 대표 20명이수차례 심포지엄을 열어 능동적으로 자기 의사를 표시하게 했다.

그 결과 지난해 뷔르 지역에 지질적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실증연구시설을먼저 가동하고 검증 결과가 좋다면 영구처분장을 짓자는 권고안을 CNDP는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에 따라 뷔르에서 실증연구시설을 운영 중이다.

공론화 과정이 비교적 순조로웠던 데에는 원전 정책에 관한 프랑스 국민의 호의적 여론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뷔르 인근 주민 다미앵 페르샤르씨는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폐기물을 저장하는 건 정책적으로 좋은 일로 우리 지역에 경제적 이점도 생긴다고 믿는다"며 "안전성 역시 완공 시점이면 잘 갖춰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86년 이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건설을 시도해 왔고, 수차례 지역 갈등이 빚어졌다. 전북 부안 방폐장 건설방안이 2004년 주민들의 강한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도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를 구성, 폐연료봉 처리 문제를 놓고대국민 소통에 나섰다. 하지만 프랑스처럼 논의가 구체화하지는 못한 상태다.

몇 차례의 토론회를 통해 사용후핵연료의 올바른 처리 방향을 놓고 여러 주장이제기됐지만 아직 총론도 도출되지 못했다.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의 한 인사는 "프랑스 사례에서 배울 점은 예민한 쟁점을 놓고 갈등이 있다고 토론을 회피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정보 제공에 적극적이었다는 점도 새겨둘 만하다"고 언급했다.

prayerah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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