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허가 추정치 48만가구…정부 목표보다 10만여가구 초과"7·24 공급축소 대책과 배치…침체 장기화" 우려…"문제없다" 의견도
연초부터 새 아파트 공급이 봇물 터진 듯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업계획승인 등 인허가 물량도 급증하면서 주택 공급과잉 논란이확산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가 여전한 상황에서 올해 주택 인허가 물량이 정부의 목표인 주택종합계획에 비해 10만가구 이상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실제 착공후 청약시장에나온 분양물량도 예년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공급 과잉이 기존 주택시장 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올해 인허가 50만가구 육박…정부 목표 훨씬 웃돌 듯 17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주택 인허가 물량은약 22만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8만가구)에 비해 22%가 늘었다. 공공 주택이 9천200여가구에 불과한 반면 민간의 인허가 물량이 21만가구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인허가 추이 등을 고려할 때 올 한해 총 주택 인허가 물량이45만가구를 넘어서 50만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하반기 주택시장 동향 전망에서 올 한해 인허가 물량이 48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인허가 물량 44만가구에 비해 4만가구 많은 것이고, 올해 정부가수립한 주택종합계획상의 인허가 목표 물량인 37만4천가구에 비해 10만가구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건산연 허윤경 연구위원은 "올해 건설사들이 즉시 사업이 가능한 공공택지지구내 공동주택용지를 대거 구입하면서 가용 택지가 늘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공공아파트 인허가가 연말에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감안한 수치"라며 "2기 경제팀의각종 규제 완화와 경기 부양책으로 하반기 주택시장이 살아나면 실제 인허가 물량은이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허가 물량뿐만 아니라 실제 분양승인을 받고 청약에 들어간 분양물량도 작년보다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분양(승인) 물량은 작년보다 16.3% 늘어난 14만7천가구로, 건산연은 올해 전체 분양 물량이 지난해(29만8천851가구)보다 3만여가구 많은 33만가구에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분위기는 박근혜 정부 들어 정부의 주택정책 패러다임이 '공급 확대'에서 '공급 축소'로 전환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토부와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수립한 2013∼2022년 장기주택종합계획에서 향후10년간 주택수요를 연간 39만가구로 예측했다.
2003년에 수립한 장기주택종합계획상의 주택수요가 43만가구였으나 경제성장률둔화, 주택경기 침체, 인구 감소, 주택보급률 증가 등을 고려해 4만가구 축소한 것이다.
국토부는 이를 토대로 지난해와 올해 주택종합계획상 인허가 목표 물량을 2년연속 40만가구 이하로 줄였다.
또 지난해 발표한 7·24 주택수급조절대책에서는 공공주택 공급을 줄이는 것은물론 물론 민간 부문의 주택까지 공급을 조절하겠다고 공언했다.
수도권 정책협의회에서 지자체를 통해 미분양 누적지역의 주택 사업승인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사업승인도 최대한 억제하기로 한 것이다.
분양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지 못하도록 입주가 임박한 시점에 분양을 하는건설사에는 대출 보증을 10% 늘려주는 후분양 대출보증 제도도 도입했다.
그러나 올해 분양시장이 예상외로 호조를 보이며 정부의 목표는 완전히 빗나갔다.
신규 분양시장이 선전하면서 지자체는 인허가를 신청하는대로 모두 받아줬고,건설사들은 대출 보증을 좀 더 받기 위해 후분양을 택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 분위기 속에서 민간 주택의 사업승인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며 사실상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 건설업체의 임원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인 참여정부 때도 못했던 민간주택 공급 조절을 주택시장 침체기에 도입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목표였다"며 "공급 물량을 축소해 주택시장을 살린다는 정부의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현실과 괴리가 컸다"고 말했다.
◇ 전문가 '공급과잉' vs '문제없다' 의견 엇갈려 올해 인허가·분양 물량이 증가한 것은 신규 분양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건설사들 과거 분양경기 침체로 묵혀뒀던 재고 사업장(토지)에서 대거 분양물량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미분양 택지의 분양조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지방과 수도권의 신규 공동주택용지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는 곧 주택 인허가와 분양 물량 증가로 이어진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 인허가 물량이 증가할 경우 주택시장이 심각한 공급과잉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경우 미분양이 쌓이고, 기존 주택시장은 거래 동결과 가격 하락 등 침체가장기화하는 문제가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연간 주택수요를 40만가구 이하로 잡아놓고지난해 44만가구에 이어 올해 다시 48만가구가 인허가 되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된다"며 "주택 공급 시장에 대한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이상 주택시장 회복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지금은 주택을 투자상품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없어서 과거처럼 공급물량이 쏟아지면 소화할 능력이 없다"며 "침체된 기존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주택 공급을 축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산연 허윤경 연구위원은 "올해는 인허가뿐만 아니라 분양 물량이 더 늘어나고도시형 생활주택이 인허가의 다수를 차지했던 2∼3년 전과 달리 아파트 사업이 많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올해 공급 초과는 입주가 시작되는 내년 이후 주택시장에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허 연구위원은 또 "벌써부터 김포·평택·양주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은 무리하게공급물량을 쏟아내면서 미분양 물량이 다시 쌓여가고 있다"며 "수요가 뒷받침되지않는 곳에 공급을 확대하면 하반기 이후 청약시장에도 적신호가 되고 기존 주택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전문가들도 많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지방은 공급 과잉 우려가 있지만 수도권은주택보급률이 100%에 못미치고 전세시장도 불안해 공급을 확대해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건설사가 판단해 지방과 수도권의 물량을 적절히 조절해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의 연구위원도 "주택 수요는 시장 상황이나 경제 분위기에 따라 언제든 변하는 것"이라며 "새 경제팀이 규제완화 정책으로 주택에 대한구매수요를 늘린다면 올해 인허가 물량이 크게 부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급 과잉이 현실화되기 전에 건설사들이 스스로 공급물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토연구원 김근용 선임연구위원은 "공급물량이 많은 곳은 별도 관리가 필요하지만 정부가 의도적으로 제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며 "건설사들 스스로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곳은 물량을 축소하는 등의 자율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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