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도 쟁점화…"투명경영이 우선" 지적도
주요 대기업 등기 임원들의 지난해 연봉이 31일잇따라 공개되면서 이들이 받는 급여액이 적정한지를 놓고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 일반 직원 평균 연간 급여액의 몇십배, 일부 오너 경영인의 경우에는 몇백배가 되기도 하는 연봉액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준인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그룹 계열사로부터 301억원의 보수를 받았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140억원의 급여를 지급받았다.
각 계열사별 보수를 합친 금액이지만 통상 6천만∼7천만원 안팎으로 집계되는주요 대기업 일반 직원의 평균 연봉의 200배∼500배 사이에 해당한다.
그룹사가 아닌 개별 기업으로만 따져도 격차는 크다. 김봉영 삼성에버랜드 사장의 연봉은 18억6천700만원으로, 직원 평균 연봉보다 31.1배 많다.
거대한 급여 격차는 사회 전반에 형평성 논란을 자극했다. 여기에는 임원의 거액 연봉이 기업 리더로서 누릴 만한 수준인지, 배분 정의에 어긋난 것인지를 놓고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지 않은 점도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논란은 국내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이미 점화됐다. 일례로 지난해 스위스에서는 기업 내부의 최고 임금이 최저 임금의 12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이 방안은 65.3%의 반대표가 나오면서 부결됐지만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전임 회장에게 840억여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액 임원 연봉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의 보수를 법으로 제한하는 문제를놓고 여당인 사회당과 우파 야당인 대중운동연합 사이에서 논쟁이 일기도 했다.
국내 재계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국내 기업 임원들의 연봉액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상위 350개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연봉이 1천407만 달러(약 149억원)로, 직원 평균 연봉인 5만1천200 달러(약 5천400만원)의 270배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기업의 경제·사회적 공헌을 도외시한 채 경영진의 연봉만을 문제삼는다면 기업활동을 제약할 뿐이라는 지적도 재계에서는 제기된다.
반면 국내 재계에서는 임원 보수 역시 감시와 견제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 최근까지도 기업 총수들의 사법처리 사례가 끊이지 않는 등 대기업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뿌리깊은 탓이 커 보인다.
경영진의 잇단 비리로 기업 이미지마저 실추되는 일이 잇따르다 보니 이들이 정당한 대가로 연봉을 받고 있는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는 지적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갑론을박을 가라앉힐 정도로 사회적 합의를 거친 임원 보수의 적정선은현재로선 없어 보인다. 다만 학계에서 일부 조사가 이뤄졌을 뿐이다.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최근 대기업 사장의 월급이 가장 적은 월급을받는 직원의 몇배 정도면 적절한지를 묻는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성인 2만1천5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평균치 응답은 사장과 말단 직원 사이의임금 격차가 12.14배 정도면 적정하다는 것이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경우, "최고경영자 같은 고위 경영자의 금전적 보상이월급이 가장 적은 직원의 20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임원 연봉이 직원 연봉의 몇배가 돼야 적절한지를 두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보다는 경영의 투명화가 더 우선적인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익에 이바지한 정도가 매우 큰 경영인이라면 일반인과 임금 격차가 커도 사회적 반발이 적을 수 있는 만큼 적정선을 두기보다는 해당 기업인의 공헌도와 경영성과를 투명하게 살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선결 과제라는 의견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봉이 얼마가 적절한지를 두고 논쟁하기보다는 경영인의실적과 급여의 상관관계에 의문이 들지 않도록 하는 각 기업들의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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