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직원들 '코트라 현재와 미래' 놓고 난상토론"새로운 수출기업 창출 역할 방기" 자성·위기론 제기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존재 의미를 잃은 일본무역진흥기구( JETRO)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국내 대표적인 수출지원기관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가 미래 생존 전략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1962년 설립 이후 반세기에 걸쳐 전 세계 곳곳에서 '수출입국'의 첨병 역할을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역할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조직 내부에 폭넓게 자리하고 있다.
17일 코트라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기관은 8일 실장·본부장급의 간부직원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직의 현재 위치와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는 워크숍을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코트라가 중소기업 수출지원기관으로써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자성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고 한다.
초창기처럼 작은 내수기업들을 수출기업으로 만드는 일에는 소홀히 한 채 '비교적 손쉽고 성과가 눈에 보이는' 기존 수출기업 지원 업무에만 매달린 게 아니냐는뼈아픈 '자기반성'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지금은 국내 웬만한 기업이 자체 수출역량을 갖춰 코트라의입지가 많이 좁아진 게 사실"이라며 "1960∼1980년대처럼 '맨땅에 헤딩하듯' 수출기업을 일궈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코트라의 문제의식은 일선 수출 현장에서 "중소기업에 코트라의 문턱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워크숍에서는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제트로'처럼 존폐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는 위기론도 나왔다.
코트라 설립 당시 '롤모델'이 된 제트로는 일본 고도 성장기 수출 증대를 견인하며 위용을 과시했지만 일본의 선진국 진입 이후 좌표를 잃고 헤매면서 현재는 자국 내에서도 무용론이 나오는 실정이다.
재직 기간 절반을 해외에서 보내는 '혜택받은 공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벗고 국민기업으로 인식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지난달 한석우 리비아 트리폴리무역관장 피랍 당시 인터넷을 중심으로 '코트라가 많은 예산을 들여 세계 곳곳에 무역관을 운영하지만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다수 제기돼 코트라 임직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이에 대해 무역업계 한 관계자는 "코트라에 대한 국민의 차가운 시선은 코트라의 현재 입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징표"라며 "결국은 코트라가 본연의 역할을 찾고신뢰를 회복해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오영호 코트라 사장은 워크숍에서 제기된 의견을 바탕으로 이번 주 중국지역본부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중으로 9개 해외지역본부를 모두 돌며 '군기 잡기'에 나선다.
오 사장은 본사에서 느끼는 위기의식을 가감 없이 전하면서 년 수출 2조달러 달성'이라는 정부 목표에 맞춰 '심기일전'할 것을 주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luch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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