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애초 기대했던 재계의 올해 투자 계획 발표가 미뤄지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통상 늦어도 1분기의 끝 자락인 3월 회장단 회의에서는 주요 그룹의 구체성이있는 투자 계획을 묶어 일괄 발표해온 것에 비춰보면 드문 일이다.
이날 회장단 회의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열린 전경련 첫 공식 행사라는 점에서재계가 새 정부 기대에 부응하는 '액션'을 취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전경련 측은 일단 "일부 회원사가 아직 투자 계획을 확정하지 못해 취합이 늦어지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달 현재 10대 그룹 가운데 올해 투자 계획을 확정·발표한 곳은 SK, LG[003550], GS[078930] 등이다.
LG가 올 1월 가장 먼저 2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확정했고, 2월에는 SK와 GS가 각각 16조6천억원, 2조7천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포스코[005490]는 기업설명회에서 7조∼8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고,현대중공업[009540]도 내부로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2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을세웠지만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계 1·2위로 가장 비중이 큰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투자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미완성인 채로 남았다.
작년 1월 일찌감치 47조8천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삼성그룹은 올해의 경우투자 규모는 고사하고 발표 여부도 불확실한 상태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005930]가 작년 집행한 실적(22조9천억원)과 비슷한 수준에서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게 전부다.
재계 안팎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올해 경제 상황을 예측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속에 재계를 대표하는 두 그룹이 지나치게 새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하며 대놓고 재계와 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새 정부의 기대를 충족시킬 투자치를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새 대통령 취임 첫해는 경제상 고려보다 정무 판단이투자나 고용 계획에 영향을 미친다"며 "삼성과 현대차[005380]도 어느 정도 수위로갈 지 고민하는 처지에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는 정부 조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새 정부 출범 직후인 3월이면 경제부처별로 운영 방향이 정해지고, 기업들도 이에 맞춰 향후 경영계획을 수정·확정하게 된다.
하지만 올해는 내각조차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투자 계획 수립에 차질을빚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전경련의 지휘봉을 다시 잡은 허창수 2기 체제의 리더십과 연결짓는시각도 있다.
전경련은 새 정부 첫 회의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회원사들에게 투자 계획 제출을독려하는 등 의욕이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실패한 모양새가 됐다.
회의에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불참한 것도 전경련으로서는 면이 서지 않는 부분이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개별 기업은 정부와 민심의 눈치를 볼 수 있지만 재계를 대변하는 전경련은 앞에 서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대통령의말 한마디, 여론의 향배에 흔들리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 아쉽다"고 지적했다.
luch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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