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교수,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 출간"한강의 기적 죽어야 한국 경제가 산다"…경제현상 새롭게 보는 법은
어려운 경제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시도는 지금까지 많았다.
영화 속에서 경제 트렌드를 읽거나 문학 속 이야기로 딱딱한 경제 용어를 풀어내는 '살가운' 접근법이다.
신간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문학동네)'에서 김형태 미국 조지워싱턴대 객원교수(전 자본시장연구원장)도 경제와 예술을 엮는다.
경제 현상을 쉽게 설명하기보다는 '새롭게' 보기 위해서다.
넓은 캔버스에 푸른 물감을 채운 마크 로스코와 바넷 뉴먼의 색면화. 언뜻 보면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로스코는 색을 겹겹이 쌓아 경계선이 모호한 연기 같은 푸른색을, 뉴먼은 단번에 칠해 경계선이 분명한 고체 같은 푸른색을 그려냈다.
여기서 김 교수는 삼성전자[005930]와 애플, 아마존을 소환한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삼성전자가 애플과 비슷한 것 같지만 본질은 아마존과 가깝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아마존의 핵심 경쟁력은 '속도'다. 삼성은 반도체 기술을 주도하기위한 신속한 생산, 아마존은 미국 어디에 살든 48시간 내 배송하는 신속한 배송이경쟁력이다.
반면 애플의 혁신은 시간을 두고 한 번씩 일어나지만 그 정도가 크고 파괴적이다. 요컨대 삼성은 로스코요, 애플은 뉴먼이다.
예술을 통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했다면, 해법도 예술에서 찾을 수있다고 김 교수는 제안한다.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주인공 빌 케이지(톰 크루즈)는 죽더라도 과거의기억을 그대로 갖고 죽었던 시점에서 되살아나는 '타임 루프'에 갇힌다.
미래에 벌어질 상황을 이미 알고 있는 그는 수없이 죽었다 살아나며 위기를 헤쳐나간다. 과거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죽이기도 한다.
김 교수는 "과거에 크게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새로운 성장 커브로 갈아타기 힘들다"면서 이제 한국 경제도 상품수출·제조업·대기업 성장 모델을 스스로 죽이고새로 태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한강의 기적'이 죽어야 대한민국 경제가 살 수 있다는 고언이다.
김 교수는 "경제나 기업의 발전은 과거에 보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보거나, 봤던 것을 새롭게 볼 때 온다"며 "스페인 거장인 엘 그레코 같은 화가, 조각가, 건축가들이 문제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던지는 기발한 질문과 대답이 위기에 처한 경제와 기업 경영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 영화만이 아니다. 건축, 생명공학, 물리학, 지진 파동까지 종횡무진 경제·경영과 엮인다.
김 교수가 조지워싱턴대에서 기업 CEO와 경영진,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한강의가 바탕이 된 책이다. 대학강의가 인기를 끌자 기업, 연구기관 초청이 꼬리를물었다.
유동화증권(ABS)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사모펀드(PEF) 등 국내자본시장에선 생소했던 제도를 다수 소개한 김 교수는 2009~2014년 자본시장연구원장을 지내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싱크탱크'의 본고장인 워싱턴 DC에 글로벌금융혁신연구원(Global Institute ofFinancial Innovation)을 세워 새로운 시각에서 금융정책·시장을 바라보는 작업을하고 있다.
그는 서울대 경영대학원 재학 시절부터 조그만 미술작품을 모으기 시작한 28년차 '컬렉터'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예술을 통해 경제를 보고, 경제를 통해 예술을 볼 수 있으면 자기 분야에만 집착할 때 발생하는 집중의 딜레마, 전문가의 역설을 극복할 수있다"며 "경제에도 예술처럼 자연스럽다, 아름답다, 기발하다, 따뜻하다 같은 단어가 많이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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