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 뚜렷…비은행권 가계대출이 은행의 2.7배소비 위축·저소득층 타격으로 경제에 부담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올해도 크게 꺾이지 않은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가계부채는 1천223조7천억원으로 3개월 동안 20조6천억원 불었다.
특히 예금은행보다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회사의가계대출 증가율이 가파르다.
은행의 여신심사 강화 등의 영향으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가계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2금융권을 많이 찾은 것으로 보인다.
급증한 부채는 결국 가계의 소비 여력을 줄이면서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 은행서 빌리기 어렵네…비은행권 대출이 은행의 2.7배 올해 1분기 가계신용 통계의 특징은 비은행권 대출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증가액 20조6천억원 가운데 예금은행 대출은 5조6천억원(27.2%)에 불과하고 나머지 15조(72.8%)는 비은행권에서 빌린 금액이다.
가계가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상호저책은행, 보험, 카드 등 2금융권과 대부업체 등에서 빌린 돈이 은행의 2.7배 수준으로 많았다.
기관별 가계대출 증가율을 살펴봐도 예금은행은 1.0%에 불과하지만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3.0%(7조6천억원)를 기록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증가액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4분기 이후 1분기 기준으로 2014년(3조2천억원)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치다.
상호금융이 3개월 동안 3조3천억원 늘었고 신용협동조합이 1조7천억원, 상호저축은행이 1조3천억원, 새마을금고가 1조3천억원 각각 늘었다.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대부업체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도 2.2%(7조4천억원) 증가했다.
이는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주도한 작년 상황과 다르다.
작년 한 해 가계대출 증가액 112조9천억원 중 예금은행은 44조1천억원으로 39.1%를 기록했다.
올해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은행이 대출 심사를 강화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를 보면 올 1분기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15로 2008년 4분기(-23)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정부는 올해 2월부터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수도권에서 실시했다.
결국, 은행에서 밀려난 가계가 저신용·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제2금융권을 많이찾았을 공산이 크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서 대출 수요가 은행에서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가계의 부담이 크다는점이다.
지난 3월 저축은행의 일반대출금리 평균은 11.56%로 예금은행 대출금리(3.50%)보다 3배를 훌쩍 넘고 상호금융사(3.96%), 신용협동조합(4.66%), 새마을금고(3.95%)도 은행보다 높았다.
◇ 가계대출 증가로 소비위축·저소득층 우려 커져 가계부채가 금융기관의 부실에 따른 금융시스템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않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부채 증가가 가계의 소비 여력을 줄이면서 한국 경제에 커다란 짐으로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가계부채 1천223조6천706억원을 통계청의 올해 추계인구 5천80만1천405명으로나누면 국민 1인당 평균 2천408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자영업자들이 생계유지 목적으로 받은 기업대출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가계부채는 훨씬 늘어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45조7천억원이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를 포함한 가계의 부채 규모는 1천500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추정된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가계가 원금과 이자에 대한 상환 부담으로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소비성향은 2003년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71.9%를 기록했다.
또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나 자영업자,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은 가계 빚에 대한 부담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현재 가계부채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가 위축되고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채무불이행자로 추락할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noj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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