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와 본문에 나오는 ཆ년 만'을 ཐ년 만'으로 바로잡습니다.>>'중앙은행서 지폐 절도'…구멍 뻥 뚫린 한은 화폐관리20년 만에 또 발생…"철저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해야"
지난 16일 한국은행 부산본부에서 발생한 지폐절도 사건은 국가 경제의 근간인 한국은행의 화폐 유통과 관리 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드러냈다.
더구나 1995년 김명호 당시 총재의 사퇴까지 불러온 초유의 지폐유출 사건이 발생한 지 20년 만에 이런 사고가 재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멍이 뚫린 한은의 화폐관리 시스템을 차제에 전면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중앙은행의 어이없는 현금도난 '오명' 17일 한국은행 부산본부와 경찰에 따르면 한은 부산본부의 외주업체 직원 김모(26)씨는 전날 지폐분류작업 도중 5만원권 지폐 1천 장을 훔쳐 나갔다가 적발돼 긴급체포됐다.
김씨는 다시 사용할 지폐와 폐기처분할 지폐를 검사해 구분하는 자동정사기기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외주업체 직원이다.
그는 2년 4개월간 이 업무를 담당해 왔다.
한은은 지폐검사 작업에 별도의 감시 직원을 배치하고 오전·오후 작업이 끝날때마다 금액을 맞춰보는 등 사고를 막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김씨가 현금을 직접 들고 나가는 사태를 막지 못했다.
한은 부산본부 관계자는 "이중 삼중의 사고예방 절차를 시행해 사고 즉시 돈이부족한 것을 발견했지만 작업장을 출입하는 직원에 대해 매번 몸수색을 하진 못한다"고 말했다.
거액의 현금이 있는 장소를 출입하는 사람이 현금을 몰래 들고 나가도 현장에서적발하거나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얘기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오래 근무를 하다 보니까 CCTV 사각지대가 보였고, 순간적인 욕심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작업 종료 때 검수를 통해 돈이 부족한 것을 곧바로 발견, 김씨를 체포하고 자금을 회수하긴 했지만 거액의 현금이 입출금되는 작업 현장에 대한관리와 감시가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지폐분류장의 작업 절차와 매뉴얼은 한은 부산본부뿐만 아니라 한은 본점과 다른 지역본부에도 똑같이 적용돼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같은 사고가 다른 지역본부나 본점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때문이다.
◇ 20년 만에 재발…"화폐관리 전면 보완해야" 한은에서 현금도난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5년에도 한은 부산지점과 옥천조폐창에서 사상 초유의 지폐유출 사건이 드러나 큰 충격을 줬다.
당시 사태는 지금보다 한층 심각했다.
한은은 문제의 직원이 사고가 알려지기 2년 전인 1993년부터 낡은 지폐를 골라내 폐기처분하는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현금을 빼돌린 사실을 발견하고도 신고하지않은 채 장기간 은폐했던 것이다.
하지만 은폐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은은 중앙은행으로서의 공신력이 땅에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옥천조폐창의 한 여직원이 지폐묶음을 훔쳐 유흥비로 탕진한 사실이 뒤늦게 적발돼 한은 화폐관리의 허술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결국 당시 김명호 한은 총재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후임으로 이경식 총재가임명됐다.
20년 만에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재발함에 따라 한은에는 비상이 걸렸다.
새 화폐를 발행해 유통하고 헌 돈을 폐기하는 화폐관리 업무는 중앙은행의 가장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업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중앙은행의 기본 책무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이번 기회에 화폐 입출금과 이송 과정을 비롯한 한은의 전반적인 화폐관리 시스템을 재검토하고 취약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외부 용역업체 직원의 관리와 교육, 검사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사후 수습이 됐으니 다행"이라면서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한은의 화폐관리 시스템을 확실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oonkim@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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