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월 20조 넘게 늘어…연간 증가액 최대기록 이미 넘겨"가계대출과 구분 모호해 이중 위험"
서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줄어든 매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한숨이늘었다.
매출은 줄었는데 월 임대료 250만원과 가계운영비, 대출금 1억5천만원에 대한이자 등을 제하고 나면 직원 3명에게 줄 인건비도 감당하기가 빠듯했다.
그는 결국 운영자금과 시설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7천만원을 추가로 대출받기로하고 최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역센터를 찾아 지원상담을 했다.
가계 빚이 1천130조원을 넘어서며 경제를 짓누르는 뇌관으로 작용하는 가운데가계대출과 경계가 모호한 개인사업자 대출도 올해 들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29조7천억원으로 작년 말과 비교해 20조4천억원 증가했다.
올해 1∼8월 기간 늘어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45조3천억원)의 절반에육박하는 규모다.
더불어 역대 개인사업자 대출액이 가장 많이 늘었던 2007년의 연간 증가액 19조8천억원 기록을 불과 8개월의 기간에 갈아치웠다.
특히 7월 한 달간 늘어난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은 3조7천억원으로, 2005년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른바 '소호(SOHO) 대출'이라는 이름 아래 2000년대 중후반까지 크게 늘었던개인사업자 대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실률이 상승하면서 2008년에는 증가 규모가 6조7천억원까지 급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택담보대출이 뜸해진 사이 은행들은다시 개인사업자 대출시장을 주목했고, 대출 증가 폭은 2011년 13조원, 2012년 15조원, 2013년 17조1천억원, 2014년 18조8천억원으로 다시 커졌다.
올해 들어서는 저금리 기조와 생계형 창업 증가, 업황 부진 등이 겹치면서 증가속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메르스 사태로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자 정부가 융자 지원을 늘리면서7월 들어 개인사업자 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명목상으로는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가계부채와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신청 시 밝힌 명목상 용도는 다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생활자금과 사업자금 간 구분이 불명확하고 상환 책임도 결국 차주 개인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 대출 중 상당 부분을 사실상 생계자금 목적의 대출로 봐야 한다는지적도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한 관계자는 "정책자금으로 운영자금이나 시설자금 대출 지원을 받으려고 상담신청을 한 개인사업자의 사업 현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생활자금 용도로 돈을 빌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일단 대출금을 받고 나면 실제로 돈이 어디로 쓰일지는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어려운 형편이다.
문제는 가계부채와 마찬가지로 개인사업자대출도 잠재 위험이 크지만 겉으로 잘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종 통계에서 개인사업자대출은 가계대출이 아닌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3년 10월 낸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자영업자 소득이 경기 부진으로 감소하면 채무부담 능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영업자 대출의 위험을경고하기도 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구당 부채규모가 일반 상용근로자보다 상대적으로 커 원리금 상환부담이 높은 데다 만기 일시상환식 대출 비중이 높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역대 최대폭으로 늘었다는것은 개인사업자들의 사업 여건이 그만큼 어려운 상황임을 나타낸다"며 "한편으로는이들의 대출이 숨겨진 가계부채의 성격도 가진다는 점에서 '이중의 위험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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