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불안에 '롤러코스터' 장세…'상대적 선방' 평가도2008년보다 건전성 지표는 개선…"외화유동성 관리 중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로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주식시장은 폭락세를 거듭하고 외환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도 중국발 후폭풍을 비켜가진 못했다. 북한 리스크를 털어내면서다른 나라에 비해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정부는 바짝 긴장한 채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이상징후는 없는것으로 본다.
그러나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때도 경험했듯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의 위기 징후는 외환시장에서 나타난다는 점에서 외화 유동성 관리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 외국인 이탈에 국내 금융시장도 요동…상대적 '선방' 평가도 중국발 위기감이 증폭되면서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주식시장이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키우며 증시에서 돈을 거둬들이고 있어서다.
위안화 절하가 이뤄진 지난 11일 이후 두드러졌다. 위안화 절하 카드가 다급해진 중국 경제 사정 때문에 나왔다고 풀이하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11~24일 국가별 대표 지수의 낙폭을 보면 상하이종합지수가 18.29%에 달했다.
이어 독일 16.86%, 프랑스 15.63%, 일본 10.90%, 미국 다우지수 9.90%, 인도 8.
40% 등이다.
코스피는 8.65%, 코스닥은 17.82% 빠졌다.
그간 상승폭이 컸던 코스닥의 낙폭이 컸지만 코스피는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흐름으로 평가된다.
북한 리스크가 완화된 후인 25일 코스닥지수는 장중 5%대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은 '셀(sell) 코리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 4월 4조6천억원 순매수했으나 6월(-1조원)에 '팔자'로 돌아서고는 7월(-1조8천억원)에 순매도 규모를 키웠다. 8월 들어선 이미 2조9천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팔자는 아시아권에서도 두드러진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까지 직전 4주간 외국인이 아시아 주요증시에서 순회수한 주식자금은 한국이 14억6천만달러로 대만(12억7천만달러), 태국(8억달러), 인도·인도네시아(각 4억달러)보다 많았다.
그러나 정부는 주요 신흥국의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순매도 규모를 비교해보면한국이 지난 6~8월에 -0.36%로 대만(-0.51%), 태국(-0.49%)보다 적은 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원/달러 환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는 가운데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 안전자산인 달러, 엔, 유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영향이 컸다.
여기에 주식시장과 연계된 외환시장 상황도 반영했다. 외국인이 주식 판 돈을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달러 수요를 높이며 원/달러 환율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8월 첫째 주말인 7일에 견준 24일 원/달러 환율은 1,167.4원에서 1,199.0원으로2.7%가량 상승(원화 가치 하락)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편이었다.
같은 기간 달러와 대비 중국 위안 환율은 3.0%, 인도 루피는 4.6%, 인도네시아루피아는 3.6%, 멕시코 페소는 5.1%, 러시아 루블은 9.8%, 터키 리라는 5.8%, 대만달러는 4.1% , 태국 바트는 1.6%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반면에 중국발 쇼크로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늦춰질 경우 숨고르기에 들어갈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외환보유고 '넉넉'…2008년보다 건전성지표 '양호' 기축통화국이 아닌 신흥국들의 금융위기는 주로 외환시장에서 온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주요 은행 자금당당 부행장을 불러 외화유동성을 선제적으로확보하라고 당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8년 9월 리먼 사태 직후에 극심한 달러가뭄으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외환시장 경색을 경험한 학습효과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로선 외화채권 가산금리가 일부 상승했으나 차환 발행에 어려움이 있는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에 나설 가능성을 엿보는 전망도 나온다.
주요 건전성 지표는 괜찮은 편이다.
우선 외화 곳간은 세계 6위 수준이다. 7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평가액이 하락하며 6개월 만에 감소했지만 3천708억2천만 달러에 달했다. 리먼 사태 직후인 2008년 9월 2천396억7천만 달러를 1천300억 달러 웃도는 규모다.
불황형 흑자이긴 하지만 외환보유액에 직결되는 경상수지는 지난 6월까지 40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했다. 올해 연간으로는 흑자액이 사상 처음으로 1천억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 전망치도 980억 달러다.
외채 구조도 과거보다는 건전해졌다.
3월말 현재 대외채무 잔액은 4천189억달러로 2014년 말보다 65억달러 줄었다.
이 중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는 1천128억달러로 전체 대외채무에서 차지하는비중이 작년 말의 27.1%에서 26.9%로 낮아졌다. 2008년 9월말 52.1%였던 것에 비하면 천양지차다.
금감원 김재춘 국장은 "최근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외화유동성 스크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모든 은행이 금융위기 수준의 위기상황을 3개월 이상 견딜 수 있는것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도 괜찮은 편이다. 6월 말 18개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도 14.08%로 3월 말보다 0.15%포인트 개선됐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이 순식간에 악화할 수 있으므로 안심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조선·건설업종 구조조정이 은행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다 미국이금리를 올리면 외국인 이탈에 속도가 붙을 수도 있어서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가 가장 우려할 점은 외화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이라며 "중국이 불안한 상황에서 미국 금리인상도 염두에 두고 외화유동성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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