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서도 패할 경우 재상고 방안 검토
2009년 이후 거둬들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가운데 일부가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와 국세청에 비상이 걸렸다.
이 판결이 최종 확정돼 유사 소송이 이어질 경우 '종부세 환급 대란'이 일어날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KT, 한국전력, 신세계, 국민은행 등 25개 기업이 각 관할 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부동산세 부과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이 취지의 판결대로라면 정부는 엄청난 환급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일각에선 환급해야 할 종부세가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대가 될 수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파기환송심에서 최대한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의 1차 판단이 뒤집히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번 소송전은 KT 등 25개 기업이 2009년 이후 거둬들인 종부세 가운데 일부가이중과세에 해당하므로 돌려달라며 국세청을 상대로 180억원대의 종부세 부과처분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종부세는 개인 또는 법인이 소유한 전체 부동산의 공시가격이 특정 금액을 넘으면 지방세인 재산세 외에 추가로 내는 재산세 성격의 국세다.
과세 대상이 같아 2005년 최초 시행 때부터 이중과세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08년 말 개정된 시행규칙은 재산세 금액을 공제한 뒤 종부세를 부과토록 했다.
국세청은 종부세 과세 금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현행 80%)을 곱한 금액을 기준으로 재산세 공제액을 계산해 왔는데, 이 방식이 이중과세를 한다는 것이 기업들의논리였다.
예를 들어 1세대 1주택의 공시가격이 10억원이라면 종합과세기준 9억원 이상인1억원에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곱한 금액(8천만원)을 종부세 과세표준으로 삼고종부세를 산정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업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하기 전 금액(1억원)을 기준으로 재산세 공제를 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대로라면 나머지 20%(2천만원)에 대해서도 재산세를 돌려받을 수 있게 돼 종부세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한국전력의 경우 판결 취지대로라면 납부해야 할 종합부동산세가 100억여원에서 76억5천만원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항소심이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가 다시대법원에서 뒤집힌 것이다.
정부 측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반응이다.
20%가 종부세 계산에 포함되지 않아 이중과세가 되지 않았는데, 이 부분에 대한재산세를 돌려줘야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2일 "대법원의 판결취지대로라면 20%에 대해서는 종부세와재산세 모두 부과되지 않게 되는 모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파기환송심까지 질 경우 재상고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종 판결까지 국세청이 패소하면 환급액이 상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009년도 종합부동산세수는 9천600억원이고 지난해는 1조3천억원 정도까지 늘어났다.
다만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만 환급받을 가능성이 크다.
부과 고지로 이뤄지는 종부세 납부는 고지 후 90일 이내에 심사청구 등의 이의제기를 해야 하는데, 국세청이 시행규칙에 따른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상당히 떨어진다.
국세청은 심사청구 등이 제기되면 90일 이내에 답변을 해야 한다.
오는 12월께 부과고지될 종부세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면 늦어도 내년 6월까지는결론이 내려지는 셈이다.
최종 판결은 이 시점 이후 나올 가능성이 크다.
환급 가능성을 열어두려면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그 비용 등을 고려하면 납부액이 큰 기업 위주로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수에서 법인이 낸 비중은 70% 안팎이다.
◇ 종합부동산세 = 지방자치단체가 부과하는 종합토지세(지방세)와는 별도로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토지와 주택 소유자에게 국세청이 별도로 누진세율을 적용해 물리는 국세를 말한다.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한 과세 강화와 부동산 투기 억제, 불합리한 지방세 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제도로, 2005년부터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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