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접대비 축소의 필요성이 제기되는것은 과도한 접대 문화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사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지출을 일부 비용으로 인정해 주지만 한국처럼 '접대비'라는 항목은 없다. '접대'라고 하는 행위가 한국에만 있는 왜곡된문화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김영란법을 계기로 과도한 접대 문화를 없애기 위해 기업의 접대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외국에는 '접대비' 없다 현행 국내법은 교제비, 사례금 등 접대비로 분류되는 기업 지출금액의 일부를비용으로 인정한다. 접대비에 면세 혜택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접대비는 연간 기본적으로 1천200만원 정도가 인정된다. 여기에 기업의 규모에따라 매출액의 0.03∼0.2%까지도 접대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1999년까지 기본 1천200만원에 매출액의 0.04~0.3%까지 인정해 줬으나, 2000년이후 현재와 같은 골격이 유지되고 있다.
2004년에는 접대비의 업무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빙서류를 기록·보관하도록 의무화하는 '접대비 실명제'가 시행됐다가 2009년에 폐지됐다.
외국의 경우 기업 접대비를 비용으로 전혀 인정해주지 않거나 매우 엄격한 예외규정을 두는 등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접대비에 딱 들어맞는 개념은 없으며, 기업이 거래 상대방이나자사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지출', '선물' 등의 유사 항목이 있다.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거나 과다한 지출에 대해서는 비용 처리를 허용하지않으며, 일정 액수 이상의 접대비는 영수증 등 기록을 남겨야 한다.
접대비를 '교제비'라고 지칭하는 일본은 원칙적으로 이 비용을 인정하지 않고있으며, 다만 중소기업에 한해 허용할 뿐이다.
영국은 접대비가 지출되면 임직원의 급여로 처리해 세제 혜택이 없고, 독일은사업·영업상의 이유로 지출시 금액의 70%까지만 비용으로 인정한다.
◇기업 접대비 9조원…호화유흥업소 1조2천억원 경기는 지지부진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접대비 총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3년 기준 국세청에 신고한 한국 기업들의 총 접대비는 9조67억원으로 사상처음으로 9조원을 넘었다.
2000년 이후 기업의 접대비는 2005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증가해 2004년(5조4천억원)과 비교하면 9년만에 80% 증가했다.
룸살롱 등 호화유흥업소 법인카드 사용은 2010년 1조5천335억원에서 2011년 1조4천137억원, 2013년 1조2천338억원으로 다소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1조2천억원을 웃돌고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당수 기업들이 비용 인정이 안되는데도 한도를 넘겨가며 접대비를 지출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은 50%, 대기업은 30% 정도를 초과해 접대비로 지출한다"고 설명했다.
접대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공정한 거래를 해칠 수 있고, 부정한 청탁이 오갈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오히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유발될 소지가 있다는것이다.
손원익 안진회계법인 R&D센터장은 "접대비는 기업이 활동을 하는데 어느 정도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너무 과도하면 건전한 경쟁 문화가 조성되는 것이 아니라 접대 우선 문화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접대비 축소·폐지, 면밀한 관찰 필요" 전문가들은 김영란법 통과를 계기로 기업 접대비 규정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접대비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김영란법이 공직자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시행되는 것인 만큼 기업 등 사적 분야에서도 접대비가 줄어들어야 한다"며 "좀 더 적절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종수 한성대 명예교수는 "앞으로는 접대비 자체를 한꺼번에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회계상 해당 항목을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기업은 영리활동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반박할 수 있지만, 국제 관례로 봐도 접대비는 인정이 안된다"며 "구체적으로 업무와 관련해서 지출하는 것에 한해 좀 더 투명하게 기록해 놓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접대를 받는 개인에게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창남 교수는 "접대 비용은 접대를 받는 사람의 소득으로 봐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접대 문화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접대비를 줄이지는 않더라도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손원익 센터장은 "접대비는 순기능도 있고, 역기능도 있는데, 없어진다면 기업활동이 힘들어지고, 과도한 접대로 가면 공정한 경쟁 문화를 해칠 수 있어 소비자의부담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접대비가 어떤 추이로 움직이는지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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