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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땅 수용, 정부 재량 너무 커…입법·사법부는 견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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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퍼 교수 "사업 목적·보상액 산정방식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공익사업을 위해 땅 등을 강제로 수용하는 공용수용제도에 대한 행정부의 재량이 너무 크고 입법부와 사법부는 이에 대한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호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KDI 주최로 열린 '현행 공용수용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국제콘퍼런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공용수용은 개인의 재산권 침해를 전제로 하므로 사전에 정당성을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며 "하지만, 한국에서는 공익사업 추진 시 정당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용수용제도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댐, 도로, 산업단지 등 공익사업을 시행할때 토지 등을 협의를 통해 매수할 수 없는 경우 강제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공용수용 검증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대규모 사업의 추진 주체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업인정 절차를 맡아 직접 공익성을 검증하고 있는데, 이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입법부가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을 선호해 개발위주의 법률을 남발하고, 사법부는 공용수용 사건을 소극적으로 심사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사법부는 행정부의 수용 결정 자체보다는 보상액 수준에 대한 심사에 머무르고 있다"며 "개발 편의를 위해 남발되는 입법은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데도 사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연구위원은 공용수용이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해당 사업을 통해 증가하는 국가 전체의 이익이 사회적 비용보다 크고, 해당 사업이 소수의 일방적인 희생을 바탕으로 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공용수용과 관련된 사업 수가 연간 2만여건에 달하지만 이중 정식으로사업인정 절차를 거치는 경우는 연간 8∼30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독일 부체리우스 로스쿨의 한스-베른트 쉐퍼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독일의 법은공익성을 충족하는 사업에 한해 공용수용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독일 법은 공용수용에 대해 '신속·적절·공정·효과'라는 보상 원칙을두고 있다"며 "이런 법 체계가 공용수용제도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사유재산권을 보호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독일의 공용수용제도는 수용권 남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균형된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쉐퍼 교수는 전했다.

쉐퍼 교수는 "사업의 목적과 보상액 산정 방식이 법에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돼있어야 한다"며 "또 공익을 달성하는 여러 방법 중 수용이 최종 선택이고, 공익이달성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용수용의 오남용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가 확실한 국가에서는 다소낮은 수준의 보상액 지급이 적절하며, 그렇지 않은 국가에서는 충분한 보상액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윤 추구 동기가 상대적으로 강한 민간수용의 경우 보상 수준이 공공수용보다 높아야 한다"며 "한국과 미국 등 민간수용이 잦은 국가에서는 비효율적인 용도를 위해 토지가 수용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김일중 성균관대 교수, 조병구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의 공용수용제도가 선진국에 비해 국민의 재산권 보호보다는 개발의 효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ksw08@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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