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오릭스 현대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中은 부동산 사냥
대부업과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 시장을잠식한 일본 등 외국계 자본이 이제는 은행과 증권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외국자본은 부동산 등 실물시장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경기 침체 지속에 따른 구조조정과 금산분리에 묶인 국내 자본이 주춤한 사이 막강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한국 시장을 파고드는 것이다.
국제화 시대에 이들 외국자본을 공식적으로 차별할 수는 없지만 국내에 뿌리를두지 않은 외국계 회사들이 경제의 혈맥인 금융산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에는우려하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은 이들이 부실 금융사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겠지만 결국은 과실을 송금함으로써 국부를 유출하고 론스타와 같이 돌이킬 수 없는 악연을 맺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日자금 대부업 이어 저축은행 점령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부업계가 이미 일본계 자본에 장악된 상태다. 일본과중국계 자본은 이제 저축은행과 캐피탈, 보험과 증권 등 영역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 업계는 최근 들어 사실상 일본 자본이 장악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저축은행 업계에서 일본계가 대주주인 저축은행의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을 기록했다.
일본계가 대주주인 저축은행은 전체 저축은행 86개 중 5개에 불과하지만 자산기준으로 보면 약 5분의 1에 달한다.
이는 일본계 자금이 차지한 저축은행들이 그만큼 알짜 대형사라는 의미다.
일본계 금융기업인 SBI홀딩스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등을 인수해 SBI저축은행을만들었다. SBI 저축은행은 총자산이 지난 12월말 3조8천억원에 육박, 저축은행 업계1위이자 시장점유율 10%의 거대 서민금융 회사다.
대부업과 채권회수 등 소비자금융에 특화된 일본계 J트러스트도 미래저축은행을인수해 저축은행 업계 5위인 친애저축은행(자산 1조1천432억원)을 만들었다. J트러스트가 최근 인수한 SC저축은행과 인수 추진 중인 아주캐피탈[033660]의 자회사 아주저축은행까지 합치면 자산 규모는 2조3천억원을 넘어, 저축은행 업계 2위로 올라선다.
역시 일본계인 오릭스그룹 역시 푸른2와 스마일저축은행을 인수해 자산 1조1천159억원의 OSB저축은행을 운영중이다.
대부업계는 이미 일본계 자금이 과반의 자산을 점유하고 있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2조원이 넘는 대부잔액으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역시 일본계인 산와대부가 1조원대 초반을 기록하며 2위를 기록 중이다.
◇ 증권·은행 등도 급속 잠식 외국계 자본은 최근 증권이나 보험, 은행 등으로 점차 영역을 늘리고 있다. 국내 산업자본이 금산분리에 발이 묶인 사이 거대 중국·일본 자본이 점차 영향력을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말 실패한 우리은행 경영권 예비입찰 당시 제안서를 제출한 곳은 중국 안방보험 1곳뿐이었다.
당시 유효경쟁이 성사되지 않아 매각 자체가 무산됐지만 금융업계 내외부에서는안방보험이 높은 가격을 써내 유효경쟁이 성립했더라면 국내 4대 은행 중 1곳이 중국계가 될 뻔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SC은행이 제일은행을 각각 인수한 바 있지만 당시규모는 우리은행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우리은행 매각이 또 한번 진행될 경우 일본계인 SBI홀딩스가 운영하는 SBI저축은행이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외국계 자본의 힘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현대증권[003450] 매각 작업에서도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가우섭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오릭스는 앞서 푸른2와 스마일저축은행을 인수해 자산 1조1천159억원의 OSB저축은행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LIG손해보험[002550]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대만의 유안타 증권은 지난해 동양증권을 인수해 현재 영업 중이다.
이밖에 중국의 푸싱금융그룹도 굵직굵직한 증권·보험사 인수전에 나서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최대 증권사인 대우증권[006800]도 외국계로 넘어가는 것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中자본 제주·강원으로…서울 오피스 빌딩도 외국자본 천하 중국인들은 현재 제주와 강원도의 토지를 빠른 속도로 사들이고 있다.
중국인들은 제주시 신시가지 등 개발 잠재력이 높은 노른자위 땅을 집중 매입하고 있다.
특히 중국자본 신해원이 추진 중인 송악산 인근 지역 개발사업은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기도 하다.
신해원은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과 동알오름 인근 19만1천950㎡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2∼8층, 객실 652실 규모의 호텔 4동과 지하 1층, 지상 2∼3층, 객실 205실 규모의 콘도, 음식점과 문화시설 등을 짓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 양평과 강원도 횡성·평창·원주 등 영동고속도로 라인 역시 중국인들이급속히 땅을 사들이는 지역으로 꼽힌다.
서울 도심의 오피스 빌딩 역시 외국계의 입질이 최근 부쩍 늘어났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서울 중구 회현동 소재 '스테이트타워 남산'을 3.3㎡당 2천490만원, 총 5천31억원에 지난해말 사들였다.
이는 3.3㎡당 매각 가격으로 국내 오피스빌딩 거래 사상 최고가다. 지하 6층,지상 24층 규모로 명동에 인접한 이 빌딩의 입찰과정에서 국내 자본은 제대로 명함도 내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제르바이잔 국부펀드 소파즈(SOFAZ)는 지난해 1분기 서울 을지로 소재 파인에비뉴 A동을 4천775억원에 매입했다. 미국 사모펀드 KKR와 홍콩 투자회사 림어드바이저는 광화문 업무용 빌딩 더케이트윈타워를 약 5천억원에 사들인 바 있다.
◇국부유출에 금융정책에는 비협조 이들 외국자본에 대한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과거 론스타나 씨티·SC은행 등외국자본이 한국에서 보인 행동이 그리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국 본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스탠다드차타드(SC)금융지주는 2010∼2013년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현금배당액 비율)이 29.9∼83.8%에 달해 시중은행보다 높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1조원을 웃도는 배당금을 검토한다는 의혹이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이 진상 파악에 나서기도 했지만, 향후 2년간 본사 배당금을 3천억원 이내로 책정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고배당에 대한 외부 감시가 강화된 가운데 과도한 해외용역비도 국부유출 논란을 불러왔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한 이후 작년까지 1조2천185억원의 용역비를 지출했는데, 이 가운데 7천741억원(추정치)이 해외용역비로지급됐다. SC은행도 2010년 이후 매년 1천800억원 내외의 해외 용역비를 지급해왔다.
외환은행을 인수해 4조원 넘는 매각 차익을 남겨 '먹튀 논란'을 일으킨 사모펀드 론스타는 대표적인 외국계 자본에 의한 국부유출 사례로 꼽힌다.
외환은행은 최근 2003년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론스타가 손해배상금을 냈던 것과 관련, 싱가포르 국제중재재판소의 중재 판정에 따라 400여억원의 분담금을론스타 측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아직도 국부유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술금융 등에 초점을 맞춘 은행 혁신성 평가에서 SC와 씨티은행은 나란히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금융계 관계자는 "국제화된 시대인 만큼 외국계 자본을 공식적으로 차별할 수는없다"면서도 "다만 여차하면 본국으로 철수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무책임한 경영을 한다면 그만큼 감시·감독도 강화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speed@yna.co.kr, p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