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들, 대기업보다는 中企서 기회를"英익스페리언사 일군 'IT벤처 1세대'…현 버버리그룹 의장 겸직
영국의 'IT벤처 1세대'로 현재는 금융, 패션계의 경영인으로 유명한 존 피스(65)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이사회 의장이 대기업보다는 새로운 분야의 중소기업에서 더 큰 기회를 찾으라고 한국 청년들에게 조언했다.
한국은 단기간에 세계적인 브랜드를 키워낸 명성과 혁신 디엔에이(DNA)를 지니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신흥시장을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룹사 순회 방문차 한국을 찾은 피스 의장은 지난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청년과 기업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피스 의장은 "지금 우리는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필요로 한다"며 "이것이 한국 청년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라"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못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인이야말로 혁신의 DNA를 지녔다"며 "교사가되거나 대기업을 택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 청년들이 중소기업이나 새로운 분야에 활발히 진출한다면 더 큰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의 국가 이미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피스 의장은 "한국은 중립적(neutral)이고 객관적이며 비즈니스를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나라"라며 "이런 인식을 유지할 수 있는 국가 브랜드 관리와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미지를 토대로 세계 어느 나라라도 진출할 수 있다는 게 한국의 강점이라며 신흥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해 기회를 창출할 것을 권유했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도 이런 맥락에서 꼭 필요한 정책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교육과 기술훈련 시스템을 창조경제의 패러다임에 맞게 바꾸는 일도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피스 의장은 "한국이 지난 50년간 달성한 업적은 놀랍지만 과거만 볼 게 아니라미래를 봐야 한다"며 "한국 청년들도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고 앞서 나간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부터 SC그룹 이사회 의장을 맡아온 그는 '정보기술(IT) 붐'이 본격적으로일기도 전인 1980년대에 고객정보를 관리하는 조그만 IT업체를 세계 굴지의 신용정보사로 성공시킨 독특한 이력을 지닌 인물이다.
영국 노팅엄셔주의 탄광촌에서 태어난 그는 육군사관학교(Sandhurst)를 졸업했지만 군인의 길 대신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는 길을 택했다.
그는 "어렸을 때에는 군인이 되고 싶어 육사에 진학했지만 막상 진학하고 나니내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알게 됐다"고 말했다.
1980년 신용정보기술 업체 CCN사의 창립멤버가 된 그는 이곳에서 신용평가 기법, 리스크관리 모델, 고객분석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다. CCN은 은행 등 금융사에 신용평가모델 등을 제공하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결국 세계 최대의 신용정보회사인 익스페리언(Experian)의 모태가 됐다.
피스 의장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자금은 물론 구체적인 사업계획조차 없었다"고 회상했다.
CCN을 성장시킨 그는 2000년에는 익스페리언, 버버리의 모기업인 영국 GUS그룹의 최고경영자(CEO)가 돼 그룹 내 계열사를 전략적으로 재정비하는 구조조정의 사령탑 역할을 맡았다.
당시 버버리는 GUS그룹 내 조그만 계열사로 적자 상태였지만 그는 2002년부터버버리그룹 의장을 맡아 버버리를 세계적인 명품 패션 브랜드로 키워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피스 의장은 "원래 버버리는 주로 나이 든 사람이 좋아하는 전통적인 브랜드였는데, 이를 젊은 여성들도 좋아하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패션업과 은행업 모두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스 의장은 SC은행의 신흥시장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토대로 한국 기업이새 시장을 찾아 진출하고 무역거래를 할 때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이를 돕겠다고 강조했다.
피스 의장은 "한국에서 SC은행의 전략은 매우 명확하다. 글로벌 은행으로서 기업고객이 해외로 진출하고 무역거래를 하는 데 더 많은 금융지원을 하고, 개인고객이 자산관리와 더 나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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