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 예산 기존 계획대비 10조원 줄여…국가채무비율 35.7%정부 "단기적 건전성 훼손해도 선순환 구조 만드는 게 우선"
정부가 18일 발표한 2015년 예산안은 재정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운용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이후 41조원 상당의 재정 확대패키지와 확장적 관점에서 마련된 세법 개정안 등을 통해 올해 경기 회복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내년 예산안에서도 이런 기조는 흔들림이 없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 관련 예산을 크게 늘리고 중소 상공인·비정규직 지원을 확대하는 등 민생에도 상당한 비중을 뒀다.
문제는 재정 건전성이다. 정부는 내년 재정수지 적자가 33조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 수입이 3년째 미진한 상황에서 올해보다 20조원 이상 늘어나는 '수퍼 예산'이 과연 소기의 성과를 낼지 의문을 표시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 세수 8조~9조원 부족 예상…축소균형으로 가나 내년 예산안은 한국 경제가 세입 감소와 지출 축소로 이어지는 축소 균형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나왔다.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4월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소비와 투자 중심으로 민간 부분의 활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올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5%를 기록, 2012년 3분기(0.4%)이후 7개 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명목 GDP는 전분기보다 0.4% 감소해 2009년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지난 7월 새 경제팀이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4.1%에서 3.7%로0.4%포인트 하향 조정한 가운데 추가 하향 조정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22개월 연속 1%대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저조한 물가와 원화 강세 등 여파까지 겹치면서 국세 수입은 올해까지 3년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세수가 예상치 대비 8조~9조원 안팎으로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지출 20조원 이상 확대…"예산안+추경" 정부는 내년 총지출 규모를 376조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올해 총지출 대비 20조2천억원 늘어난 수준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중장기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에서 총지출을 올해보다 12조원 늘리기로 했었다는점을 감안하면 8조원 가량의 추가 지출은 사실상 추가경정예산안을 한번 더 편성한것이나 다름 없다. 즉 1년치 예산안의 증가분과 1번 추경안을 합친 분량이다.
최근 3년 연속 세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해 세입 예산은 현실화했다. 내년 국세수입 전망은 221조5천억원으로 기존 계획상의 234조5천억원에서 13조원 낮췄다.
세입 전망을 낮추는 가운데 세출을 크게 늘리는 것은 쉽게 말해 빚을 내서라도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선택이다. 실제로 내년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3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정 건전성을 일부 훼손하더라도 과감한 경기부양에 나서는 선택은 최경환 부총리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가 어려울 때에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내년 예산안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은 "재정지출 확대가 경기 활성화로 이어져 가계소득을 끌어올리고 이로써 다시 세수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확장적인 예산안은 새 경제팀 출범 이후 경제정책 방향에서 제시한 41조원 상당의 재정 확대 패키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확장적 관점에서 마련된올해 세법 개정안 등과도 맥을 같이 한다.
정부가 경기를 살고자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 균형재정 물 건너가…공약가계부 '삐걱' 다만, 이 같은 확장적인 예산은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는 문제가 있다.
정부는 내년 재정수지 적자가 33조6천억원으로 GDP 대비 2.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의 -2.4% 이후 가장 나쁜 수치다.
정부는 GDP 대비 재정수지가 2016년 -1.8%, 2017년 -1.3%, 2018년 -1.0%로 점차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는 현 정부는 물론이고 다음 정부 첫해인 2018년까지균형재정이 어렵다는 의미다.
국가채무는 570조1천억원으로 불어난다. GDP 대비 35.7%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는 2017년에 36.7%로 최고점을 기록할 때까지 점차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 정부가 지난해 의욕있게 내놓은 공약가계부도 세입과 세출이 크게 어그러지면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유찬 홍익대학교 세무대학원 교수는 "세금을 좀 늘려서 재정적자를 안 만들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담뱃세나 주민세 등 일부 세금을 올리고 있다"면서 "기존에 감세한 부분을 정상화하지 않은 채 적자를 늘린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마련하면서 물가상승률 2%에 실질성장률 4% 등 경상 성장률을 6%를 전망했는데 이제 개발도상국도 아닌 만큼 너무 높은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성태 연구위원은 "당초 계획보다 총지출을 8조원 늘린것은 현재 경제 상황에서는 상당히 큰 수치라고 봐야 한다"면서 "2018년에도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가 -1.0%라고 한 것은 결국 당장 균형재정 어렵다는 것을 시인한것인데 이것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문규 차관은 "각국이 경기 침체 탈출 과정에서 재정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적자가 늘어나지만 중장기적으로 재정적자를 계속 줄여가는 만큼 균형재정 기조는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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