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사, 합리적 지배구조 정착시켜야"
은행장이 물러나고 지주사 회장이 직무 정지를 당하는 국내 금융사상 초유의 KB 사태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제왕적 권력' 추구가 그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 회장과 행장 간에 끊임없이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후진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임 회장은 그룹내에서 자신의 지배력을 확고히 하고자 금융지주사의 근본적인 체제 개편에 나섰다.
우선 KB금융지주의 사장직을 폐지했다.
임 회장 자신은 2011년부터 3년간 KB금융지주 사장직을 맡아 회장이 되기 위한사전 작업을 진행했지만, 정작 자신이 회장 자리에 오르자 사장직을 없앤 것이다.
나아가 정관 변경을 통해 국민은행장을 KB금융지주의 등기임원에서 빼 이사회에참석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민은행은 KB금융그룹 전체 순이익의 80% 이상을 내는 조직이지만, 정작 국민은행장은 금융지주사 이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 셈이다.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과 임 회장의 갈등이 본격화한 계기는 국민은행 주 전산기교체 문제이지만 이러한 지배구조 문제가 얽혀있어 갈등은 증폭됐다.
이 전 행장의 한 측근은 "이 전 행장은 KB금융그룹의 순이익을 대부분 내는 국민은행의 수장으로서 지주사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데 대해 답답한 심경을 자주 드러냈다"며 "임 회장과의 갈등에는 이러한 근본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 전 행장이 KB금융지주 이사회에 참석해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문제등을 놓고 임 회장과 충분한 논의를 나눴다면 이번 사태는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을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은행장의 이사회 배제는 이번 임 회장의 직무정지 때 그 문제점을 여실히드러냈다.
예전에는 회장 유고시 국민은행장이나 KB금융[105560] 사장이 그 자리를 대행했지만, 국민은행장은 사내이사에서 제외됐고 KB금융 사장직은 아예 폐지돼 있어 KB금융지주 이사회에서 회장을 대행할 사내이사는 현재 한 명도 없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긴급 회동을 거쳐 회장과는 격이 맞지 않는 부사장급인 윤웅원 부사장을 회장 대행으로 선임해야 했다.
더구나 윤웅원 부사장이 사내이사가 아님에 따라 윤 부사장의 결재는 당장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KB금융지주 측은 법원에 윤 부사장의 회장 직무대행 승인을 급하게요청한 상태다.
다른 금융지주사에서도 지주 회장이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 사례들이 있었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지난 3월 금융지주사 사장직을 폐지하고 하나은행장과외환은행장을 등기임원에서 제외시켜 KB금융과 마찬가지로 지주사 사내이사를 기존4인에서 회장 1인으로 줄였다. 김정태 회장 Ƈ인 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은행 비중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금융지주사 현실에서 낙하산 인사로 온 회장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려 하고, 은행장은 이에 반발하는 사태가 되풀이되는 셈이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KB 사태의 근본 원인은 국내 금융지주체제가 '옥상옥'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라며 "금융지주사의 회장과 은행장 간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합리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 시스템을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ssah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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