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지분, 콜옵션 부여 특징…경영권 매각, 유효경쟁이 관건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23일 내놓은 우리은행 매각 계획은 우리금융[053000] 민영화의 핵심이자 마지막 단계다.
지난 정부에서도 우리금융 민영화를 3차례 시도해 쓴맛을 본 공자위는 이번에시장 수요에 맞춰 새로운 방식의 매각을 시도한다. 경영권이 주어지는 지분과 재무적 투자만 가능한 소수 지분을 따로 매각하는 '투트랙(two track)' 방식이다.
특히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소수 지분 입찰은 1주당 0.5주의 지분을 추가로 원하는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call option)을 '당근'으로 제시해 눈길을 끈다.
그러나 30%의 지분을 확보하는 경영권 매각이 이번 민영화의 본질이라는 점에서과연 우리은행의 새 주인을 찾아줄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하기 이르다.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교보생명의 자금조달력에 대한 의문과 특혜 시비, '주인 없는 민영화'를바라는 우리은행의 반발도 풀어야 할 난제다.
◇재무적 투자, 콜옵션 눈여겨봐야 공자위는 다음 달 우리금융을 우리은행에 합치는 합병 절차에 들어가면서 경영권 지분(30%)과 소수 지분(0.5~10%)의 분리 매각을 동시에 진행하는 동시분리입찰(Double Track Auction)을 시작한다.
소수 지분 입찰은 경영권 지분을 빼고 남은 예금보험공사의 우리은행 지분(현우리금융 지분) 26.97%를 쟁반에 올려놓고 재무적 투자, 즉 주식매매차익을 노리는투자자들이 각자 원하는 만큼 자신의 접시로 떼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매각 공고와본입찰을 거쳐 올해 말 낙찰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입찰 방식은 매각 물량이 소진될 때까지 높은 가격을 제시한 입찰자 순으로 각자 희망하는 물량을 배분하는 '희망수량 경쟁입찰'이다.
이번 입찰의 가장 큰 특징은 콜옵션이다. 1주당 0.5주가 유력한 콜옵션은 재무적 투자자에게 매우 '달콤한 조건'이 될 것으로 공자위는 기대하고 있다.
주가가 상승할 경우 옵션을 행사해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추가 매입해 차익을거둘 수 있고, 주가가 하락할 때는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또 콜옵션은 통상적으로 만기 때만 행사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이번 콜옵션은 행사기간(3년) 안에 언제든지 행사할 수 있으며, 0.1% 이상씩 나눠서 행사할 수도 있다.
다만, 옵션 행사가 몰리면 주가가 하락해 주주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낙찰직후 3~6개월에만 행사가 제한된다.
이때 주의해야 하는 게 10%의 소수 지분 상한선과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4%)다. 옵션 행사로 1.5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실제 입찰은 옵션 행사를 고려한 규모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자면 우리은행에 재무적 투자를 하는 A 기관의 경우 최대 6.66%를 투자하고, 나중에 우리은행 주가가 상승세를 탈 경우 콜옵션을 1.11%씩 3차례로 나눠 추가 3.33%의 지분을 매입, 총 10%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비금융주력자 B 기관은 우리은행 지분을 4%까지 자유롭게 확보할 수 있고, 이를넘길 경우 초과분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4% 확보를 노린다면 역시 콜옵션을고려해 2.66%만 입찰하면 된다.
공자위는 26.97% 가운데 이런 옵션 행사에 대비한 물량으로 약 9%의 지분을 떼어두고 판다.
◇교보 "30% 사겠다"…유효경쟁은 미지수 재무적 투자자를 상대로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우리은행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분30% 매각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이번 매각은 '팥소 없는 찐빵'이 된다. 단순히 과거 여러 차례 이뤄진 '블록딜(주식 대량 분산매각)'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경영권 매각은 소수 지분 매각보다 조금 더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소수지분 매각과 함께 오는 9월 매각 공고가 이뤄지고 예비입찰(10~11월), 본입찰(내년1~2월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본계약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나 새 주인이 정해진다.
현재 시장에선 교보생명이 유일한 경영권 도전자로 꼽힌다. 교보생명도 공개적으로 우리은행 입찰에 관심을 보여왔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경영권 입찰에 나설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동원[003580]가능한 금액이 제한적이라 재무적 투자자들과 컨소시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자기자본의 60% 또는 자산의 3% 가운데 적은 금액만 자력으로 댈 수있다. 계열사에 들어간 자금까지 포함하면 1조3천억원대다. 우리은행 지분 30%의 시가 약 2조5천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30% 매각에 따르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포함하면 최소 3조원은 돼야 한다. 컨소시엄 구성이 불가피한 것이다.
교보생명의 자금 동원보다 더 큰 문제는 유효경쟁의 성립 여부다.
경영권 매각은 일반 경쟁입찰로, 국가계약법에 따라 2곳 이상의 입찰자가 나와경쟁입찰이 성립해야 한다.
현재로선 교보생명 외에 잠재적 후보군에 거론되는 곳조차 거의 없다. MBK파트너스 등 일부 사모펀드의 참여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은행 경영권을사모펀드에 넘겨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들러리'에 불과한입찰 참여자를 내세웠다가는 교보생명에 대한 특혜 시비에 휘말릴 우려도 있다.
'주인 없는 민영화'를 바라는 우리은행 노동조합 등의 반대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다. 노조 문제는 외환은행 매각 때처럼 두고두고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세계 유수 은행들의 지배구조도 대부분 주인 없는 과점 주주 형태가 많다"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으려고 30% 지분의 '통매각'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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