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 통합, 체제 공고화, 연임 염두 다중포석
오는 26일로 취임 2년이 되는 김정태(62)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보폭이 눈에 띄게 넓어졌다.
김 회장은 지난 20일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의 이임식에 이어 21일 김한조 외환은행장의 취임식에 참석했다.
김 회장이 일부 직원에 대한 강연이나 경영진 회동을 제외하고 이·취임식 같은외환은행의 대규모 공식 행사를 공개적으로 찾은 건 처음이다.
특히 그는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열린 윤 전 행장의 이임식에는 예고도 없이찾아 잠시 주위를 놀라게 했다.
김 회장을 비롯한 하나금융의 고위급 경영진은 그동안 을지로 맞은편에 있는 외환은행 본점에 대한 공식 방문을 되도록 자제해왔다.
하나금융의 인수에 강력히 반발하는 노동조합과 임직원의 정서적 거부감을 의식한 것이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23일 "공연히 외환은행을 자극해 '점령군'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김 회장이 연거푸 외환은행 본점을 찾은 배경을 두고 하나금융내부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단 하나금융에 대한 외환은행의 반대 정서가 상당히 누그러졌다는 상황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 김한조 신임 외환은행장은 취임식 후 기자간담회에서 "하나금융의 가족이 된 지 2년이 넘었다"며 "정서적인 반대 분위기가 없어진 것같다"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이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고 '왕(王) 회장'으로 불리는 김승유 전회장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겠다는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그룹 경영진 인사와 이사진 교체가 김 전 회장 체제와의 '선 긋기'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아울러 하나금융의 궁극적 목표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에 속도를내겠다는 의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물론 외환은행에서도 그룹으로서의 상승효과와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만 보면 두 은행의 통합이 필수적이라는 데 거의 이견이 없다.
결국 김 회장의 넓어진 보폭은 '하나금융 가족'이 된 외환은행에 대한 확고한 '영토표시'라는 것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장 취임식은 그룹 회장이 당연히 가는 자리"라면서도 "김 회장이 외환은행 직원들과 스킨십을 부쩍 강화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을 높여야 하는 김 회장은 하나·외환은행의 물리적·화학적 결합이라는 가시적 성과도 필요한 상황이다.
행장 이·취임식을 지켜본 외환은행 관계자는 "행사장을 찾은 김 회장이 예전보다 한결 자신감이 붙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