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축소) 결정이 다가오면서 국제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출렁이고 있다.
코스피지수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일시적인상황'으로 진단하면서 신흥국 불안이 경제 펀더멘탈이 튼튼한 한국에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위기 확산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면 한국도 타격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정부가 모니터링 강화, 컨틴전시 플랜 수립 등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미국의 테이퍼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나라는 GDP 대비 경상수지 크기,성장률, 국가 재정 건전성, 정치적 불안 등 네가지 요소로 결정될 것이다. 여기에비춰보면 아르헨티나와 터키, 러시아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국제금융시장참여자들이 어느 요소에 비중을 많이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신흥국 불안이 1998년 태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에 이어 한국이겪었고, 러시아로까지 넘어갔던 IMF(국제통화기금) 위기처럼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 FOMC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1980년대 이후 5번 정도 있었고 기간은 평균적으로 34개월 걸렸다. 여기에 비춰보면 이번 양적완화축소도 월평균 100억∼125억달러 규모로 서서히 3년가량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보면 지난번 축소와 이번 축소 예상치는 평균치인데도 시장이 이렇게 반응하는것은 일시적인 패닉이라고 생각한다. 초단기적 반응이며 조만간 잠잠해질 가능성이크다.
한국도 영향을 받기는 하겠지만 증시 등 금융시장에는 영향을 주더라도 큰 쇼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물시장, 특히 수출에는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신흥국이 어려워지면서 수출 계약 취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과감한 양적완화에나서고 있는 일본이 우리의 시장을 가져갈 가능성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을 나눠 대응해야 한다. 금융의 경우자본 유출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 해야 하고, 가능하면 단기 차입을 통해 유동성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물시장에서는 수출 부진을 막고자 수출 금융을 적극 확보·촉진해야 하고, 중견수출 기업 신속 지원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아시아금융학회장) 미국 테이퍼링을 앞두고 신흥국에 충격이 오고 있다. 경상수지가 지난 몇년간계속 적자이고, 외채가 외환보유액보다 많은 나라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상황이다.
당장 아르헨티나가 외환보유액이 290억달러 뿐인데 경상적자는 많아 1순위가 됐고,지난 3년간 연평균 600억달러의 경상적자를 낸 터키도 2순위로 위험하다.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다.
이 나라들은 외환보유액이 부족해 수입 대금을 갚지 못하거나 외채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외환위기가 닥친다. 이어 환율 급등으로 기업 수익성이 추락하며 부도나면 은행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외환위기와 은행위기가 함께 오는 '쌍둥이위기'다.
한국도 외채가 외환보유액보다 많지만, 다행히 단기 외채 비중이 작다. 경상수지는 흑자이지만 하반기 들어 엔저가 심화되면서 흑자폭이 줄어들면 한국도 위기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신흥국과 차별된다고는 하지만 안심해서는 안된다. 작년 수출증가가 2.1% 밖에 안됐는데 상당히 저조한 것이다. 수출 부진에다 금융시장 통한 신흥국 위기 전염까지 오면 위험해진다.
정부는 일단 경상수지가 큰 폭으로 줄어들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원화가 엔화에 비해 과도하게 고평가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채와 외국인 투자자금 등을 고려해서 외화유동성 확보에도 신경써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과신흥국이 안 좋아지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으니 신시장 개척 노력이 필요하다.
◇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아르헨티나가 심상치 않다. 경상수지와 재정적자 등 내재적인 문제가 있었는데,그런 약점이 조금 가라앉는듯 하다 미국이 테이퍼링을 시작하면서 분출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안정성이 두드러진 나라여서 아르헨티나의 위기가 직접 전염될가능성은 크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신흥국 위기 조짐이 있어도 한국은 괜찮았다. 세계경제 전체로 보면 지난해보다 더 강한 회복세라 한국으로 전염될확률이 적다.
다만 아르헨티나 위기가 인근 브라질과 터키 등 지난해 위기 조짐이 있었던 나라로 확산될 수 있는데, 이 확산이 심해지면 외환시장과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에서문제가 생길 수 있다.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의 경우 외환사정의 문제는 아니다.
태국은 정국이 불안하고 말레이시아 등은 신용팽창이 굉장히 심하다. 기업부채 등이높은 것이 불안요인이다. 인도네시아도 취약하다.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외환보유고와 그동안 해오던 거시건전성3종 세트를 다잡는 것이다. 외국인 자금 이동 상황이 어떤지 면밀히 보면서 상황이안좋다면 3종세트를 가동, 강화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국내경제팀장 이번 아르헨티나의 불안이 1997년처럼 다른 신흥국으로 전이될 만큼 현재 금융환경이 나쁘지는 않다. 파생금융상품을 매개로 금융기관이 줄줄이 무너지며 국가간위기가 전염되는 통로가 그때보다는 약화됐다. 그러나 모든 위기가 처음에는 조그맣게 느껴지는데 갑자기 증폭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선진국에서 자금이유출됐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위기가 올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은 모두 예상하고 있었지만, 첫 테이퍼링 땐 괜찮았는데 두번째 테이퍼링 앞두고 터진 것이 의외다.
한국의 경우 지금 상황에서도 버틸 수는 있다.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도 적다. 싱가포르, 홍콩 시장에까지 위기가 전염되거나 한국 금융기관이 취약해 무너지면한국으로 위기가 들어오겠지만, 두 가지 모두 가능성이 거의 없다. 보통 남미 위기가 한국까지 전이된 경우는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이오지는 않을 것이다. 또 미국이 규모를 줄여도 계속 돈을 풀고 있는 것을 보면 수익이 높으면서도 펀더멘탈이 강한 한국에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내진 않을 것이다.
정부는 컨틴전시 플랜을 명확히 갖고 있다는 시그널 보여주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가라앉히는 게 중요하다. 모니터링은 기본이다. 정부가 예의주시하며충분히 대처할 능력이 있고 준비가 돼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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