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전화를 통한 대출 모집과 영업 행위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것은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국민 불안감 해소차원의 연장 선상이다.
당장 영업 활동에 직격탄을 맞게 된 은행, 보험, 카드,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금융사들은 '너무한 처사'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1억여건의 카드사 정보 유출로 금융권에 대한 비난 여론이 심해서 금융당국에 공개적으로 반발하지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 분위기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이런 초강경책을 들고 나온 데에는 불법 정보가 이용·활용될 수 있는 그물망을 최대한 넓힘으로써 개인정보 불법 유통시장을 없애고, 이를통해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하루빨리 정상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평소에는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전화 영업'이 이번 사태에 자칫 기름을 붓는 격으로 작용할 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객들은 이번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에 따라 2차 피해 우려 등으로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사들의 전화 영업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이 그대로 행해져 원성을 사고 있다.
회사원 박모 씨는 "이번 카드사 사태 계열사로부터 여러 차례 상품 판매 전화를받았는데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회사를 밝히긴 했어도 사실인지 의심스럽고, 나의 정보가 불법 유출된 것이 아닌지 불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화를 통한 영업 행위는 대출 이외에도 은행이나 보험사, 카드사의 각종 상품판매 등 전 금융권에 퍼져 있는 영업 행태 중 하나다. 전화 대출 제한만으로는 정상영업과 불법 정보에 의한 영업 행위를 판별해 내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여기에 실제 전화 영업에 따른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가 심심치 않게 늘어나는점도 이번 영업 행위 금지로 이어진 측면도 있다.
전화 상담원 말만 믿고 상품에 가입했다가 손해를 보고 뒤늦게 해지한 사례는부지기수다.
2012년 기준 텔레마케팅 방식의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율은 흥국생명 44.4%, 미래에셋생명 28.8%, 동양생명·KB생명 27.7%, 동부생명 26.5%에 달한다.
이는 전체 불완전판매율이 KB생명(19%), 우리아비바생명(14.3%), 동양생명·흥국생명(14.2%), AIA생명(13.6%) 등인 것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카드사와 보험사가 연계해 판매하는 보험상품인 카드슈랑스의 경우 전화상담원이 우수 고객을 위한 보험이라고 선전하면서 고객들을 유인했다가 해당 카드사들이금융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선 이자를 준다', '연 50%의 이자율이다', '정기 적금보다 낫다'며 현혹하는 일이 적지 않고, '중도 해지 시 원금 보장이 안 될 수 있다'든가 ཆ년이상의 장기 상품이다'라는 설명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전화 영업 금지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어서 금융권에서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미 전화 영업은 금융회사들의 주요한 영업 행위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고, 이는 곧 매출과 수익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카드슈랑스 판매는 2008년 8천292억원에서 2011년 1조3천768억원, 지난해에는 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전국에 점포를 두고 있지 않고, 전화 영업에 주로 의지해 온 중소 금융사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불법 정보 유통을 막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금융사의 영업 행위 자체를 막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아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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