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고객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정부가 22일 내놓은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사후약방문식 처방에 그치지 말고 실효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가 금융사,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는 실망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정보보안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여서 앞으로는 이런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는기대도 나왔다.
정보보안업체 잉카인터넷 관계자는 "금융사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 것 말고는특별한 내용이 안 보인다"며 "공공 예산을 늘리지는 않으면서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업체들에 떠넘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보안에 큰 돈을 투자하는 것은 금전적으로 손해이니 정부의 예산이 뒷받침되면 좋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박지호 간사는 "근본적인 개선책 없이 책임자 처벌과 영업정지만 담았다"며 "사태가 커지다보니 정부가 허겁지겁 내놓은 미봉책으로 보인다"고 혹평했다.
그는 "지금은 회원가입 시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 이용이 사실상불가능하다"며 "업체가 고급정보를 무분별하게 공유하는 데 대한 제도적 개선이 부족하다. 정보제공은 고객의 선택사항에 맡기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보가 유출될 시 금융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인석 교수는 처벌 강화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지금까지 금융사나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사고가 생겨도 큰 처벌이 없었기 때문에 '유출돼도 별 문제 없구나' 하고 생각했을 수 있다"며 "이번 대책을 보면서 생각이 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잉카인터넷 관계자는 "정부가 CEO를 처벌한다고 하면 기업의 정보책임자도 각별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고객정보 보호를 위해 처벌 수위를 발표 내용보다 좀더 강하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보보안업체 부장은 "지금까지도 보안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정부가 정보보호법 개선안 등을 내놓았지만 효율적으로 정착하지 못해 크고작은 사고가 끊이지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이번 사태는 피해 규모가 커서 이슈화 된 것일 뿐, 크고작은 보안 사고는 하루에도 수차례 일어나는 것이라며 당국이 보다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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