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노무라 금통위 앞두고 상반된 의견 제시
오는 9일 한국은행의 새해 첫 기준금리결정을 앞두고 외국계 투자은행(IB) 간에 그 향방을 놓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와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권구훈 이코노미스트는 서울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스타급 전문가다. 한은 출신의 권영선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5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깜짝 인하를유일하게 맞힌 '고수'로 유명하다.
싸움의 포문은 골드만삭스가 먼저 열었다.
권구훈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일 보고서에서 한은이 이번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원화 가치 절상이나 시중금리 상승, 증시 약세 등으로 경기 회복 추진력이떨어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번에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예상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2.5~3.5%) 하단을 훨씬 밑도는 점과 올해 정부 예산안이 작년보다 긴축적인 점도 추가적인 통화 확장 정책을 예상하는 근거로 들었다.
이는 올해 상반기 금리 동결, 하반기 금리 인상을 점쳐온 골드만삭스의 기존 전망을 뒤집은 것으로, 보고서를 공개한 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원 이상 상승했다.
이에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8일 보고서를 내 한은이 3분기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사실상 골드만삭스의 전망에 직격탄을 날렸다.
수출, 고용 등 국내 거시 경제지표가 상승세이고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게 기준금리 동결 전망의 근거다.
한국의 외환시장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보다 대외 변수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만큼 기준금리 인하가 원화 강세에 제동을 거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히려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장에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돼 자본유입이 늘고 원화 강세가 심화할 수 있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의 "우리도 기준금리를 획기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는 발언과 관련해서는 금리 인하에 대한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이런 상반된 행보를 놓고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쏟아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발표 타이밍 자체가 이례적이었다"며 "기존 전망을 죄다 바꾼 것이어서 뭔가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이코노미스트는 "정부나 금통위원 중에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예상보다 더 강조하는 쪽이 있다는 신호로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를 해석하는 시장 참가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코노미스트는 "권구훈 골드만삭스 전무와 권영선 노무라 이코노미스트 모두 정부 관계자와 직접 접촉하는 사람들"이라며 "정부가 기준금리를 내리라고한은을 압박할 카드가 없자 이렇게 (보고서의 단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신호를 보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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