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관계자의 해명을 추가.>>"올해 몇조원 늘리겠다" 은행장들 약속 '공수표' 우려우량 중소기업·담보요구 심화…"당국 탁상행정" 지적도
은행들이 앞다퉈 내놓은 '창조금융' 관련 사업과 중소기업 지원 상품이 외면받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경제'와 '손톱 밑 가시 빼기'에 코드를맞춘 사업이다. 현재까지 실적만 놓고 보면 졸속 추진이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024110]은 지난 4월과 7월 창조금융 차원에서 '뿌리기술' 기업을 상대로 전용 대출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와 업무협약(MOU)을 맺어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MOU를 체결한 지 6개월이 되도록 상품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정부와 협의해 지원대상 기업 선정과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뿌리산업 대출도 실적이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다. 5천억원을 목표로삼았으나, 이용 실적은 546억원(10.6%)에 불과하다.
은행들이 '생색내기'로 MOU를 맺고 출시한 상품은 이 말고도 많다. 기관 간 조율이나 충분한 수요 조사 없이 추진된 탓에 대부분 지지부진하거나 개점휴업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추천한 중소기업에 저금리로 대출하는 국민은행의 'KB 대한상의 우대대출'은 지난 7월 출시됐지만, 상의의 추천이 없어 아직 대출을 못 했다.
중소기업청이 추천한 기업에 우대금리로 대출하는 우리은행의 '중소기업청 재창업 기업 지원'은 지난 4월 중기청과 MOU를 맺었지만 실적은 3건에 3억6천만원이다.
외환은행이 지난 8월 중기청과 MOU를 맺은 '금리우대 및 수출환어음 매입환가료우대 프로그램' 역시 아직 실적을 내지 못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섭외 대상 명단을 만들어 접촉하고 있다"며 "3개월 정도 소요 기간을 고려하면 11월 이후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분히 현 정권에 잘 보이려고 내놓은 듯한 상품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활용도는 매우 떨어진다.
우리은행의 '여성 벤처기업 지원' 사업과 기업은행의 '여성기업을 위한 대출'은애초 '여성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출시한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은행 대출은 지난 4월 여성가족부와의 MOU 이후 55억원에 그치고 있다. 기업은행 대출(245억원)도 목표금액 달성률이 16.3%다.
중소기업 대출과 관련해서는 은행장들도 '공수표'를 많이 날렸다. 정권 초기 너도나도 "올해 몇조원을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사실상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됐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중소기업에 올해 7조6천억원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까지 신한은행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3조2천억원 증가에 머물렀다.
윤용로 외환은행장도 같은 달 "올해 중소기업 대출을 3조원 늘리겠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달까지 1조6천억원 늘었다.
은행들은 지난 6월 중기청에 하반기에 6개월간 중소기업 대출(외화 포함)을 20조원 늘리겠다고 했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은 7~8월 5조원 증가했을 뿐이다.
은행들이 공급한 중소기업 자금도 신용등급이 높거나 담보를 잡은 '안전한 대출'에 집중되는 현상이 심해졌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보면 저신용등급 중소기업에대한 대출 비중은 2010년 8월 8.01%에서 지난 7월 4.75%로 작아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준(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 중소기업 대출의 담보대출 비중은 2009년 51.4%에서 지난해 55.9%로 커졌다.
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대출의 담보 요구 관행이 여전하다"며 이를 개선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 발표가 현장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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