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14만명 1인당 순이익 5천만원…판관비는 '펑펑'
국내 12개 금융지주사의 올해 이익이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 300개, 임직원 14만명에 자산이 2천조원에 육박할 만큼 덩치는 커졌지만, 경영 환경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공룡'이 된 셈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금융지주들의 연결 순이익은 7조~8조원 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순이익은 1조8천347억원으로 지난해 순이익의 18.7%에 그쳤다. 연간으로환산하면 약 7조3천억원이다.
특히 비중이 큰 4대 금융지주사(KB·신한·우리·하나)의 순이익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순이익이 각각 5천750억원과 5천56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0.3%와 63.6%씩 감소했다.
국내 금융지주사는 금융위기 전 4개에 불과했지만 지방은행·외국계은행과 보험사(메리츠)까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난해 12개로 늘었다.
금융지주사에 속한 계열사는 306개, 임직원은 13만9천996명에 달한다. 인력은올해 들어 약 1만명 늘었다. 자산도 1천905조원에 이른다.
수익성과 효율성은 반감했다. 지주사 전체의 순이익은 지주사가 8개인 2010년 7조1천억원, 11개인 2011년 12조9천억원에서 12개인 지난해 9조8천억원으로 줄었다.
1개 지주사당 순이익은 2011년 1천168억원, 지난해 819억원에서 올해 1분기에는153억원으로 급감했다.
임직원 1인당 순이익은 2011년 1억2천200만원에서 지난해 7천500만원으로 줄었다. 올해 1분기 1인당 순이익은 1천300만원에 불과하다.
1인당 순이익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5천만원으로, 직원 평균 급여가 억대에이르는 것과 대조된다.
금융지주사들은 이렇게 수익이 나빠졌는데도 판매관리비로 지난해 21조원, 올해1분기에만 5조원을 넘게 썼다.
금융지주들의 성적이 초라해진 데는 외부 환경의 변화가 가장 먼저 꼽힌다. 저금리로 수익원이 줄어들고 기업 부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계열사를 묶음으로써 덩치가 커진 탓에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마불사' 논리에 따라 외연 확장에 몰두한 결과,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고 리스크를 분산하는 지주사의 도입 취지와는 반대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취임식에서 금융지주사를 두고 "현재의 지배구조는 많은 문제를 드러내 애초의 취지는 퇴색해버렸다"고 언급했다.
금융지주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쥔 지주 회장들이 정치권과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에 경제 논리와 거리가 먼 경영을 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한 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을 비롯해 싹 물갈이가되니 정치권에서 헛기침만 해도 지주사는 감기 몸살을 앓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다음 달 금융지주들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주사 기능활성화 방안과 수익구조 개선책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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