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과도한 반응…위기 상황 아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야기된 금융시장불안이 지속되자 당국도 대응 수위를 차츰 높여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내에서 빠져나가는 외화자금에 대한 분석작업을 준비하기로 했고금융당국은 기관별, 상품별로 외화유동성 점검에 들어갔다.
특히 금융당국은 금융기관들이 해외 실수요에 한해 외화대출을 하도록 하는 등달러가 함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통제하기 시작했다. 외환당국은 이미 지난주말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분석하고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3일 "지금의 글로벌 금융불안은 과거 97년 외환 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변동성이 커지면 늦지 않게 즉각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도 "이번 국제금융시장 불안에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은 편"이라며 "어떤 특별한 조치를 꺼낼 단계는 아니고 신중히 모니터링하는 상황"이라고말했다.
정부는 현재의 시장의 움직임이 과도하다고 밝혔다.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과 채권보유액은 5월말 현재 517조7천억원이었다. 이달19일 기준으로는 482조원이다. 19일새 주로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30조7천억원이 빠져나갔다.
2008년 당시 1년만에 우리나라를 떠난 외국인 자금이 156조원이었고 이로인해금융권을 중심으로 '달러 고갈'이 심각했던 점에서는 아직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닌것으로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급격히 외화유동성 위기가 빚어질 경우를 대비해 정부가 시장에 쏟아부을 수 있는 실탄은 여유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화보유액은 3천281억달러로 5년전(2천400억달러)보다 900억달러 가까이 많다.
또 올해 1~4월 경상수지 흑자액은 139억4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42억9천만달러)보다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월 기준 흑자는 15개월 연속이다. 외환위기 때 22개월 연속, 금융위기 때 3개월 연속 경상 적자를 낸 것과는 정반대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이 전세계에 1조원을 투입했다고 해서 전액을 본토로 가져가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좋은 투자처로 돈이 몰릴 수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게다가 양적완화 축소의 이유가 미국의 경제회복이라면 한국 입장에서는 수출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글로벌 위기에 대한 내성이 강해졌다고 해도 마음 놓을 상황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주식·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투자금 유출에 따른 채권금리 상승은 기업의자금조달을 어렵게 하고 수출입 기업의 결제 애로를 불러온다.
또 최근 외국인 자금이탈이 두드러진 동남아와 중남미 시장에서 우리의 경상수지 흑자가 609억달러, 132억6천만달러에 달해 이들 국가가 경기침체에 빠질 경우 수출감소 등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이들 국가는 화학, 자동차, 전자 등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상품들의 주요 구매처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최근에 "급격한 쇼크에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당국은 취할 수 있는 대응 카드를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채금리 상승으로 인한 금융권 손실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기업 자금사정 악화를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보고 금융사별로 스트레스테스를 통해 문제점이 발견된 금융사에 자본확충을 요구할 방침이다.
일부 은행이 단기 차입을 늘리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고 신규 외화대출을 해외실수요 및 중소기업의 국내시설 자금용도로 한정키로 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외화유동성 문제의 발생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단기 외환차입을 자제하도록 하는 한편, 불필요한 신규 외화대출도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은은 시장에서 유출되는 자금의 성격을 분석하고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스무딩 오퍼레이션 전략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외에 정부의 대응 카드로는 수출입 기업의 환변동 위험을 축소하기 위해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프로그램(패스트트랙)과 신용보증 비율 및 한도 확대, 대출만기 연장, 대외 채무지급보증 등을 들 수 있다.
지역금융안전망(RFA)간 긴밀한 대화채널 구축,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확대 등국제공조도 이중 하나다. 7월 중순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금융시장 불안해소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금융시장 불안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섣불리 대응하다가는 오히려 변동성을 키워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며 "당장 쓰지는 않겠지만 여러 가지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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