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체계개편의 핵심은 금융소비자보호 강화였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금융권 '슈퍼갑'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잇속 챙기기로 속 빈 강정이 되고 말았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가진 금융사 제재권을 사실상 가져가게 됐고, 금감원은 조직분리라는 최악의 경우를 막았다.
그러나 정작 조직 개편으로 금융 소비자 권익이 얼마나 개선될지는 불투명하다.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 금융위가 서로 금융사에 개입할 수 있게 됨에 따라'옥상옥'의 구조가 형성돼 금융사의 고통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금감원 제재권 놓고 갈등 격화 21일 TF 발표로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사 제재권을 놓고 3년 만에 전면전이 불가피해졌다.
금감원 내부에서 금융위가 제재권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양측간에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제재를 전담하는 제재소위원회를 두고 금융위 상임위원을 위원장으로두면서 지원조직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이는 앞으로 조직을 키워 금감원에 검사 기능만 맡기겠다는 복선이 깔려있다고 금감원은 주장하고 있다.
이 안이 안 되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될 안건을 검토하는 조직을 금융위 사무처에 신설할 방침인데, 이 또한 금융사 제재권은 확실히 금융위가 틀어쥐겠다는 의중이 반영돼 있다.
양측은 2010년 4월에도 제재권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
당시 금융위가 은행의 제재권을 금융위로 이관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금감원이 반발하고 나섰다.
은행법은 금감원장이 금융사 제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는 금감원과 협의 없이 모든 제재권한을 금융위로 귀속하고 시행령에서 일부 제재 권한을금감원장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자본시장법이나 저축은행법, 보험업법 등 다른 관련법도 금융위에 제재 권한을부여하고 시행령에서 권한을 금감원에 위임한다는 게 금융위의 법 개정 논리였다.
논란 끝에 국회 정무위원회는 은행의 제재권을 금감원에 그대로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자 금융위는 그해 7월 금감원이 금융사를 행정 지도할 때 금융위에 사전 협의하도록 규칙을 바꿔버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 금융위 관계자가 있으며 사소한 징계 건도 금융위에 보고하고 있어 굳이 금융위가 제재권을 가져갈 필요가 없는상황"이라며 "이번에 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제재권을 가져가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금융사 제재 사항을 금감원이 담당하면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제재가 약화할 가능성이 있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준독립기관으로 설치한 취지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애매한 금융소비자보호처…소비자 보호 가능할까.
아울러 금융소비자보호 측면만 따진다면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어내금융소비자보호원을 만드는 게 맞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TF는 과도기적 단계로 금감원 내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두고 예산과 인사권을 독립시키고, 처장을 금융위원회 위원으로 격상시켜 소비자보호를 추진하도록했다.
금융소비자보호처에 금융사에 대한 자료제출요구권 및 조사권 등을 부여하고,금감원과 동등하게 검사 계획 수립에 참여하고 검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겉보기에는 이상적인 체제일 수 있으나 속내를 보면 그렇지 않다.
똑같은 검사와 조사에 2개의 조직이 관여하게 되니 당하는 금융사로서는 힘들수밖에 없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옥상옥'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거나 방향이 다르기라도 하면 업계는 굉장히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시어머니가 두 분 생기는 것보다 한 분이 더 낫다"면서 "감독기관이 2개 생기면 업무가 중첩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부서 업무가 가중될 게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칼로 무 자르듯이 소비자 보호업무와 그 외 감독업무를 나누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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